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몬디 Nov 01. 2023

#1 오로지 나를 위한 명함을 만들었다.

회사 명함 말고 진짜 내 명함

그날을 기억한다.


내 이름으로 나온 회사 명함을 처음 받았던 날.


무슨무슨 회사, 무슨 팀, 내 이름이 적힌 명함.


그 명함은 내 것이 아니다.

 


브런치 매거진

<나는 혼자 돈 벌기로 결정했다> by 시몬디




직장인일 때는 나를 소개하는 게 참 쉬웠다.


'어디 어디 다니는, 무슨 팀 누구입니다.'


퇴사 후 '회사'라는 껍데기가 산산조각 난 이후에는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참 막막해지더라.


내가 회사원은 아니고, 그렇다고 놀고먹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아직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뭐라 해야 돼 대체? 그래도 내가 그냥 백수는 아니잖아..


회사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회사 이름이 아닌 무슨 일을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하는데 한국사회에서는 회사로 통용되곤 하니까.


회사는 내가 아니다.


착각이다.





망가진 한국나이 서른, 만 28세


20대 때 참 많은 일과 경험을 했다.


4번의 아르바이트, 여러 번의 취업, 전혀 관련도 없는 분야의 자격증 취득, 제주살이, 거의 매년 갔던 해외여행, 문과생인 내가 패기 있게 도전했던 알고리즘과 개발업무 배우기


중구 난방처럼 보이는 나의 20대에도 딱 한 가지 기준이 있었다.


일단 그냥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일이든 배움이든 즐거움이든.


그렇게 과분할 만큼 행복했던 20대를 보내고 올해 한국나이 서른, 만으로 28이 되었을 때.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봤다. 출근을 할 일도 없고, 밖에 나가지도 않아서 볼 일이 없었던 전신거울.


2023 올해 초, 인생 최악의 시기를 맞이한 나는 많이 망가져있었다.


날씬했을 때에 비해 10킬로가 쪄있었다. 얼굴과 몸이 푸석푸석하게 퉁퉁 부어있고, 눈빛은 흐리멍덩했다. 세상을 원망하는 듯한 표정. 창문을 잘 열지 않아 집에 빛이 들어오지 않고, 냉장고에는 한 번씩 먹고 남은 음식들이 쌓여있었다. 분리수거만 해놓고 버리지 않은 일회용품이 넘쳐나고 있었다.


퇴사했을 때의 패기와 열정, 반짝이던 얼굴은 온 데 간데없고 왠 푸석푸석하고 무기력한 여자가 서있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 더 이상





나를 찾는데만 4개월이 걸렸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까.


늘 그렇듯이 편한 침대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과거를 추적했다.


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잃을 것도 없기에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아무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 목표들을 종이에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 에이 내가 이걸 어떻게 해'라고 치부하며 꺼내지 조차 못했을 만한 것들. 전부 적었다.


매일 아침 밤 목표를 보며 수정했다.


아냐 이거보단 이게 더 좋아. 이걸 더 원해


그러고는 끝없이 파고들었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 이 목표를 원하는 이유.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 본질적인 가치.


그러곤 찾았다 드디어.


표면적인 목표 말고 진짜 내가 원하는 삶. 이걸 찾는데만 꼬박 4개월이 걸렸다.





나는 자유를 원한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원할 때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떠나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사랑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돈과, 할애할 수 있는 시간적 자유.


자유를 원해 나는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 될수록 부모님이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