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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Mar 16. 2024

나는 항상 움직인다

내가 살고있는 고향 안동의 낙동강변 일대도 서울의 한강 고수부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이 나뉘어져 있는건 서울과도 같다.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축구는 더할나위 없다. 발등을 다치는 바람에 요몇달간 직접 뛰지는 못했지만, 선후배들이 화이팅 넘치게 뛰는 모습만 봐도 내가 다 정겹다. 얼른 재활을 해서 백전노장의 화이팅을 몸소 보여줘야겠다.


축구장을 뒤로하고 오늘은 한 30분 정도 가볍게 뛰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음량을 최대로 해 잡생각이 들지 않게끔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온몸은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서리에 금새 식어내린다.


오늘은 인터넷을 통해 통기타 하나를 주문했다. 20년전 군생활 때 후임에게 잠깐 배운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유튜브 강의를 보며 노래 한곡 정도는 직접 연주해 보고 싶어서다.


살아생전 노회찬 선생께서 바랬던 온 국민이 악기 하나 다룰 줄 아는 세상에 나는 이제서야 진입하게 되는 꼴이 됐다. 속내는 술 한잔에 얼큰히 취해 지인들과 어우러져 노래하며 즐기기 위함이다. 그곳이 가끔은 바다이거나, 장작이 타오르는 산속 오두막이면 더 괜찮을 것 같다.


나는 2024년3월16일, 오늘을 기여코 또 살아내고 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니, 1년, 2년전과도 전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낸 것이다. 달라진 건 죽음에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는 것 뿐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나는 항상 움직인다. 몸 뿐만이 아니라 머리까지도 가만두질 않는다. 보통 일을 하고 운동을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 커피나 술을 마시기도 한다.


움직이면 슬프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계속 움직인다.


옛 홍콩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은 ‘발 없는 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이 처한 환경을 말해준다. 그 새는 평생을 날아다닌다. 그러다 지치면 잠시 날개짓을 멈추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 새가 땅에 내려오는 순간은 평생 딱 한번밖에 없다고 한다. 죽는 날이 그 날이다.


내가 계속 움직이는 이유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내 눈 앞에는 햇빛에 반사 된 강물 위의 윤슬이 바람을 타고 출렁이고 있다. ‘발 없는 새’도 이 광경을 봤다면 지상으로 내려오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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