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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Jun 23. 2024

한 해의 중심에서

6월도 다해가며 올해의 절반을 어느덧 흘겨보냅니다. 올초 다짐했던 지엽적인 다짐들은 잘 지켜내고 있으신지요? 주위를 둘러보면 ’나는 올해에도 온종일 폰만 볼거야!!‘ 하며 모종의 다짐을 한 사람들의 성토장이 된 듯, 더욱더 공격적으로 폰 앞에 헤쳐모이는 듯한 정경들을 두루두루 엿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가족간에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에도, 멋쩍은 소개팅 자리에서도, 부부간에도, 온종일 우리 사회는 폰만 들여다보고 있게 된 것 같아요. 기실, 무얼 그렇게나 집중해서 들여다보나 엿보면 유튜브 혹은 타인의 SNS일 뿐이죠. 그런 하찮은 하루들을 올해에도 벌써 6개월이나 모았고, 이윽고 한 해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해마다 폰을 만지작 거리는 빈도가 더욱 심화될 걸 알면서도, 연말즈음엔 또 무언가의 그럴싸한 다짐을 할테고요.


서론이 길었네요. 각설하자면, 올해 초 계획했던 무연가지의 것들을 나는 얼마나 이루고 있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포항에 봉식당 2호점을 개업하게 됐습니다. 지난달에 계약을 마쳤고, 지금은 시간 날 때마다 오가며 직접 인테리어 및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단지들과 회사와 공장들, 그리고 영일대 해수욕장 등 번화가가 밀집해 있어 짐짓 기대가 많이 됩니다. 그리고 부산에 점포 하나를 더 추가로 내고 본격적으로 프렌차이즈화를 해보려고 준비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계신 교수님들과 대학원 선배들의 조력으로 경제 관련 전문 서적 출간에 공동 저자로 참여를 하게 됐는데, 저는 <플랫폼 경제학>이란 파트에 제 견해를 싣게 됐습니다. 자본시장, 그러니까 마켓을 둘러보면 이젠 플랫폼에 닿아있지 않는 경우를 찾기 힘들게 됐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부터, 카카오 플랫폼, 쿠팡을 비롯한 알리, 테무 등 유통 플랫폼 등 온 세계의 경제가 플랫폼의 지배를 받게 됐습니다. 저는 이 과정들이 현대 경제학의 대전환이란 생각이 들어, 여러가지 자료들을 찾아보고 개인 견해를 곁들여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또,,ㅎㅎ; 박사 과정을 밟으려 과거에 하다만 석사 과정도 다시 밟고 있는데요, 대학원이 서울에 있다보니 거리로 인해 수업 참여가 쉽지가 않네요. 논문도 엄두가 나질 않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한꺼번에 다 하려니, 욕심이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여름이 찾아오는 길목에서는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종종 다녀왔어요. 도쿄에서 연수중인 후배가 있어서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그렇게 보내고 오니 옆동네 처럼 이제 일본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24년의 절반즈음에 서있는 저는 이렇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외롭거나 슬픈 생각이 들지 않도록,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삶의 종착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빌린다면, 이 과정들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기여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해방을 맞이하는 날, 저는 다시 소꼽친구들을 만나 물장구를 치고 풀숲에서 메뚜기를 잡으며 뛰어놀고 싶습니다. 그리고 착하고 앳된 여자친구를 마지막으로 사겨보고도 싶습니다. 다시 결혼을 하거나, 그와 결이 비슷한 제도 속으로 들어가고 싶진 않습니다. 이혼녀여도 상관없고, 애가 여럿 딸려 있어도 상관 없습니다. 함께 사랑을 속삭이며 황혼을 맞이하고 싶을 뿐 입니다. 첫사랑 처럼, 끝사랑도 설레임이 가득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한다면, 저한테도 다시한번 멋진 사람이 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직 들려줄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차곡차곡 모아 소꼽친구들과 끝사랑에게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올한해도 절반이나 살아내느라 모쪼록 애쓰셨습니다. 여름 마다마다의 초록들이 내딛는 발자욱에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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