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기쁘지가 않다. 좋은 일이 일어나도, 좋은 사람과 있어도, 이를 뛰어넘는 세상 좋은 그 무언가를 겪어도, 감정이 요동치질 않는다.
무언가에 재미를 느끼거나 의미도 찾질 못하겠다. 아름다운 여자애가 잔뜩 취해 유혹을 해와도 이제는 되려 그녀가 희한하게 느껴진다. 쟤는 왜 저럴까, 술만 마시면 섹스를 하고 싶어 못사는 걸까, 하며. 과거엔 여자를 자빠뜨리려(?) 그토록 애를 썼는데, 그 광경과는 상당히 모순적이기도 하다.
청년시절 처럼 또렷한 목표도 없다. 다늦게 귀향해 생각지도 않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책을 운좋게 두권이나 출간을 하고 특별한 관심을 받아도 큰 감흥이 일지를 않는다. 서울의 명문 대학에 강연을 다녀와도 평범한 하루일 뿐이란 생각도 든다. 내 것이 내 것이 아니고, 노력과 성취는 별개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뭘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뭘 잘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외롭거나 슬프지도 않다. 헌데 이상하게도 산다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자주 든다.
매일, 매년이 닮아있다. 아니, 똑같다. 작년을 돌이켜 보시라, 뭐가 달라졌나. 내년에도, 10년 후에도, 밥만 축내며 쳇바퀴의 삶을 살게 뻔한데, 뭐하는 걸까 우린.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거 같은가? 아니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우리 기성세대들은 우리대로 지쳐 갈 뿐이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며 제 멋대로 주문을 외울 뿐이지.
아니란 걸 알면서 사람들은 경쟁하 듯 행복한 ‘척’을 한다. 아이를 보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갇혀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과 부인을 보며, 그렇게 억지 행복을 찾기도 한다.
모르겠다. 이 모두를 뛰어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1982년12월31일. 나는 겨울의 마지막 날에 태어나 43년을 살아내고 있다. 군부독재와 민주화를 거쳤고,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AI시대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수많은 사랑을 하고, 우정도 나눴다.
지금은 결국 외톨이가 되어 혼자 남았지만, 그래서 여한이 없기도 하다. 달과 북극성, 그리고 예쁜 띠를 간직한 토성까지 볼 수 있는 오늘 밤을 보며 눈물샘이 차오르는 건 왜일까.
이따금씩 일어나는 전쟁과 사랑을 기다린다. 우리의 지겨움을 달래는 건 그것들 뿐이다.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