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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AO Jun 10. 2024

9. 대만 여행 속 또 하나의 여행

나 혼자 먹는다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뺄 수 없기 때문에 대만에서도 평소 갈고닦아온 혼밥 혼술 혼카페의 내공을 발휘해 보았다.


1. 타이베이


첫 번째는 호텔 직원이 소개해준 '유산동 우육면(劉山東牛肉麵)'


돼지갈비튀김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재료소진이라 우육면에 오이무침을 주문했다.


이 집 우육면은 소위 '물에 빠진 고기'를 싫어한다는 사람에게도, 특유의 향 때문에 먹기 꺼려진다는 사람에게도 합격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맛이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감동적인 맛에 다 먹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미슐랭 빕구르망의 타이틀을 비롯해 2023년 TV 프로그램 '배틀트립'에서 성시경이 방문하여 한국인에게도 유명해진 70년 전통의 맛집이었던 것이다.



골목 안에 숨어있는 허름한 집이지만 웨이팅과 합석이 필수인 이 찐 로컬 맛집 다음날 새벽에 타이중으로 가야 해서 한 번 더 가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두번째는 후추빵.

이 집은 우육면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길래 대단한 맛집이라도 있나 하고 무조건 줄 서 본 집.

사람들이 줄어들며 보인 간판에는 '후추빵'이라고 한글도 쓰여있었다.



화덕에 구워 바삭한 빵속에 후추를 많이 넣은 떡갈비 맛의 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익숙한 맛이었다.


이것 역시 다 먹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상호명은  '복주세조호초병(福州細條胡椒餅)'이고 2018~2021년에 미슐랭에 선정되었으며 '배틀트립'에 소개되었던 집이다.



2. 타이중


작년 겨울에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팜유세미나 '타이중' 편에 나왔던 집들을 위주로 방문해 보았다.


첫 번째는 '푸딘왕(富鼎旺)'

오픈한 지 30분이 지난 11시 30분에도 이미 매장 안에서 식사 중인 손님들과 밖에서 포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번호표를 뽑고 외부에 있는 카운터에서 미리 메뉴를 골라 주문 계산을 하고 전광판에 번호가 뜨면 들어간다.

나는 팜유 멤버들이 먹었던 기본 족발, 족발국수, 족발덮밥, 뭇국, 채소볶음을 주문했다.



'덮밥에만 뼈가 없는 고기가 올라가고 전부 다 똑같은 족발인데 메뉴 하나 빼줄까?'라는 질문에 그냥 다 달라고 했다(대만 식당의 그릇은 대부분 작은 사이즈는 하찮은 변명은 생략하지 않겠다).

간장에 조린 이 집의 족발은 우리가 먹는 족발에 비해 반찬의 느낌에 더 가까운데 족발국수의 애매한 면보다는 족발덮밥이 더 맛있었다.

그렇지만 또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한 번으로 족다는 생각이 드는 집었다.


두 번째는 '궁안과(宫原眼科)'

이곳은 대만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안과 의사 '미야하라'가 운영했던 병원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디저트 전문점이다. 의사 이름을 그대로 붙여 'Miyahara ice crea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물 안에는 예쁘게 포장된 펑리수, 초콜릿, 쿠키, 차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고 아이스크림 파는 곳은 건물 외부 1층에 있다.



아이스크림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한데 아이스크림과 토핑을 마음대로 고르는 재미가 있다. 입간판의 설명대로 '제4신용합작소(第四信用合作社)'라는 곳으로 200m를 걸어가면 시원한 곳에서 앉아서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데 더운 날씨에 걸어가기 귀찮아서인지 대부분 아이스크림집 앞에 서서 먹는 모습들이다.


세 번째는 '딩샨(丁山)'

팜유 멤버들이 극찬을 한 '이미엔'을 파는 집인데 솔직히 나에게는 기대 이하였던 평범한 맛이었다.


고기완자와 이미엔

물만두에 소스를 뿌려주는'차오쇼우(抄手)'와 중국의 흔한 만둣국 종류인 '훈툰탕(餛飩湯)'이 오히려 무난했다.


차오쇼우와 훈툰탕

네 번째는 '티엔티엔 만토우(天天饅頭)'

원래 중국의 만토우는 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밀가루 찐빵인데 이것은 속에 팥소를 넣어 기름에 튀긴 달달한 길거리 간식이다.



다른 지점 없이 지금의 장소에서 75년간 이 만토우를 팔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고 깨끗한 기름이 인상적이었다. 식사 직후라 최소 주문 개수인  2만 먹었지만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10개를 먹어도 모자랄 만큼 맛있다.


아쉽게도 사진이 없지만 택시기사님이 타이중을 대표하는 디저트라고 알려준 '태양병(太陽餅)'도 어디를 가나 쉽게 살 수 있으니 꼭 맛보길 바란다.



3. 타이난


역시 택시기사님의 추천으로 가본 '도소월(度小月)'

이곳은 우육면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담자면(担仔麵)'으로 유명한 130년 역사의 맛집이다.



국수 위에 고기와 새우와 계란 등고명올려주는데 왜 계란이 검은색이냐고 물어보니 간장에 '열심히' 졸여서 그렇다는 사장님의 답변. 그렇지만 짠맛은 전혀 없는 우리의 계란장조림과 똑같은 맛이다.

먹다 보니 양이 부족해서 추가로 주문한 돼지갈비덮밥도 추천할만한 메뉴이다. 


본점을 포함한 세 군데의 매장 중 내가 갔던 곳은 조금 오래 오픈 구조의 '츠칸러우점'이었는데 이런 노포감성이 오히려 좋았고 유쾌한 사장님 덕분에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 타이난에 다시 간다면 아마도 이 집부터 찾아갈 것이다.



4. 가오슝


가오슝에서 3박을 묵은 호텔은 가오슝에서 가장 큰 '육합야시장(六合夜市)'의 뒷골목이었는데 간판에 상호 대신 대표 메뉴만 쓰여있는 시장 안의 식당에서 3일 연속으로 저녁을 먹었다.



고기에 내장을 추가한 홍소육면과 돼지족발을 타이완 맥주와 먹으면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생겨난 약간의 피곤함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 날부터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던 사장님과 직원들의 얼굴이 지금도 생각난다.



득하고 달달한 고구마볼을 비롯해 다양한 꼬치구이와 과일들도 사 먹었는데, 파파야우유가 유명하고 없는 음식이 없는 대만 3대 야시장인 이곳도 반드시 가보아야 하는 필수 코스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타이완 맥주와 츠칸러우 기념품샵에서만 판매하는 정성공 맥주 등으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호텔방에서 혼술 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마신 대만의 커피 역시 여행에 깊은 맛을 더해주었다.


(좌)가오슝 US CAFE (중) 타이중 MINI.D (우) 타이난  그랜드 반얀 호텔의 카페


주변의 내 또래들 중 혼밥은커녕 카페도 혼자 가본 적이 없다는 이들이 많은데 평소의 다양한 시도로 얻은 경험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는 생각으로 혼자 흐뭇해했던 시간들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주는 멋진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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