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일상이 '무계획이 계획'인 나는 가오슝에서 역시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야 비로소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며 검색을 시작했다.
비 오는 아침의 첫 번째 목적지는 '타카오 영국영사관'.
청나라와 영국의 텐진조약으로 1863년 가오슝 2차 개항 후 지어진 영국영사관 자리에 지금은 영국 에프터눈 티세트가 유명한 '로즈하우스 카페'가 있다.
1인 티세트는 없어서 직원 추천으로 주문한 메뉴.
주로 야시장에서 우육면에 타이완맥주로 끼니를 때우다가 보슬비가 내리는 바다를 보며 마시는 따뜻한 밀크티와 알록달록한 디저트는 비싼 값을 지불한 것이 아깝지 않았다.
(좌)유명한 포토 스팟과 (우)십팔왕공묘
영국영사관은 99 TWD의 입장료가 있는데 카페 외에도바다와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작지만 아기자기한 전시관도 있으며 저녁의 석양도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영사관 바로 옆에 '십팔왕공묘(十八天宫廟)'라는 묘한 분위기의 도교사원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영험하기로 유명해서 대만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라고 하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꼭 들어가서 기도 한번 해보시길!
두 번째 목적지는 도교사원 '삼봉궁(三鳯宫)'.
1673년에 건립한 사원으로 대만에서 가장 큰 "중단원수(中壇元帥)' 사원이라고 하는데 사실 자세한 정보는 알아보지 않았고 다른 이유 없이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아서 찾아가 본 곳이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기도를 하기 위해 방문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향 연기와 냄새로 가득했는데 역시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지막 목적지는 '아이허(爱河)'.
유람선에서 바라본 가오슝 팝 뮤직센터
한자 그대로 '사랑의 강'. 이곳은 가오슝 도심에 있는 강으로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이허는 원래 작은 강에 불과해 나룻배를 타고 오고 가는 곳이었지만 일제시대에 운하가 만들어져 당시 교통과 운송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25분이면 다 돌아보는 코스이지만 용의 머리에 물고기 몸을 가진 조형물 '아오위에롱샹'과 '하버브릿지' 등많은 랜드마크를 볼 수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스페인 건축가마누엘 몬테세린 라오스(Manuel Monteserin Lahoz)가 설계했다는 '가오슝 팝 뮤직센터'는 너무너무 특별하고 예뻤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만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돌아가지 않고 쭉 살고 싶다면 대만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가오슝의 하루가 저물었고 떠나기 전 혼자 보내기엔 조금 길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던 7박 8일의 시간은 너무 짧다는 아쉬움과 함께 뭔가 알 수 없는 따뜻함과 단단해짐으로 가득해져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