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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남해 19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남해군을 둘러볼수록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미쳤다!" 단순하고 식상한 감탄사일지 모르지만, 이만한 비유도 없었다. 때론 식상한 말이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강렬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아름다웠다. 죽기 전에 꼭 와야 하는 장소였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니 계속해서 바다와 마주했다. 바다는 매번 푸르지 않았다. 바다는 진하고 어두운 남색처럼 때론 연하고 투명한 에메랄드처럼 보였다. 쉴 생각조차 사라지게 만드는 풍경은 경악에 가까웠다.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 이런 말을 뱉었다.


이런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어제는 독일, 오늘은 미국에 도착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마을은 재미교포를 위한 정착 마을이었다. 걸어서 유럽을 지나 아메리카까지 왔다. 나 좀 대단할지도(?). 실없는 유머는 힘이 된다. 말도 안 되는 웃긴 얘기지만, 힘이 났다. 기가 막힌 건 상상의 나래가 펼쳐져 외국에서 걷는 나를 떠올렸다(실제로 전국일주가 끝난 뒤 10월에 남인도에 갔다).


두곡해수욕장에 텐트를 쳤다. 버클이 고장 난 텐트는 오늘도 바람을 막아주지 못할 것 같다. 텐트는 완벽해지고 싶지만, 완벽해질 수 없는 나와 똑 닮았다. 그래도 괜찮다. 텐트는 수리를 통해, 나는 노력을 통해 나아질 테니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살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노력이니 뭐니, 무엇이 중요한가. 소위 깨우침을 얻은 사람은 말한다.


증명하려 애쓰지 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려 하는가?


그렇다. 우린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지만 결국 증명할 수 없다. 증명은 더 큰 증명 아래 가려지기 때문이다. 무한 굴레다. 증명하며 사는 삶도 흘러가듯 사는 삶도, 똑같은 삶일 뿐이니 본인이 선택해서 살아가면 된다. 그저 자신을 가혹하게 내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전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이미 오늘을 살아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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