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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 해남->영암 29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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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매서운 바람이 괴롭혔다. 근처에 있는 울돌목으로 향했다. 명량대첩 때 왜선을 무자비하게 집어삼킨 울돌목이었다. 울돌목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세차게 불다 못해 몸을 밀어냈다.


진도대교 입구에는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작은 동상이 있었다. 대교 아래로 내려가자 스카이워크가 보였다. 무료입장인 줄 알았으나 우수영국민관광지에 입장한 뒤 관람이 가능했다. 아쉬운 대로 담 너머로 봤다. 흐린 날씨와 거센 바람 조합은 어마무시했다. 파도가 일렁이고 머리카락은 회오리처럼 헝클어졌다. 명량대첩때와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굉장한 바람이 불었다.


금호도, 달도를 지나 삼포대교를 지났다. 뻥 뚫린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칼이었다. 칼바람은 얼굴을 수차례 스쳐갔다. 따끔했다. 몸은 바람인형처럼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미친 거 아니야?"

"춥다… 너무 추워, 얼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편의점에서 핫팩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차선책으로 스키장갑을 꺼냈다. 처음이었다. 손이 따스워지고, 머릿속은 온통 숙소 생각으로 가득 찼다. 어디든 들어가고 싶었다. 유일하게 나를 위로하는 건 '노래'였다.


흰색 유선 이어폰을 핸드폰에 꼽는다. 자기암시 녹음본을 2~3차례 듣고서 노래를 재생한다.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면 주변은 노래방으로 변한다. 수많은 가수와 듀엣으로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 굉장히 힘이 났다. 거센 바람아, 비야, 눈아. 너네들이 아무리 쓰러뜨리려 해도 노래가 있는 한 무너지지 않는다. 자연이 시끄럽나 보다. 노래를 그렇게 못 부르나? 그만 부르라고 바람세기를 몇 단계 올려버린다. 2020년, 해남으로 걷던 때가 기억났다. 나주로 향할 때였다. 그때는 비바람이 불었다. 야인시대 ost를 부르며 걸었다.


"나는 야인이 되겠어~ 거친 비바람 몰아쳐도~~"


그러자 기가 막히게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도전장을 내밀고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 덕분에 힘이 나는지 발걸음이 빨라졌다. 절대 추워서가 아니었다. 아무튼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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