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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영암->목포 23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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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강풍이 불었다. 고하도로 향했다. 고하도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유달산까지 이어지는 최장거리 케이블카라고 한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 작은 동산에 오르면 전망대로 이어진다. 독특한 외간을 자랑하는 전망대였다. 판옥선 여러 척을 이어 붙인듯한 모습이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층마다 전시물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옥상에 도착했다. 목포 전역이 사방에 펼쳐졌다. 전망대 기준으로 북쪽에 목포대교와 시내가, 동쪽으로는 유달산이, 남쪽으로는 항구가, 서쪽으로는 여러 섬들이 나란히 보였다. 사방이 뻥 뚫린 만큼, 내 마음도 뻥 뚫렸다.


손가락이 동상에 걸린 듯 딱딱해지고 퉁퉁 부었지만, 사진을 놓칠 수 없었다. 찍는 장면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손가락이 시려 더 머무를 순 없었다. 1층 카페로 피신했다. 따뜻한 내부보다 놀란 것은 커피 가격이었다. "뭐 이리 비싸지..?" 나도 모르게 툭 나와버린 속마음. 혹여나 사장님이 들었을지 싶어 눈치를 살폈다. 주커피는 보다 싼 승강장 카페에서 마시면 좋을 듯하다.


목포 전경을 두 눈에 담고서 시내로 향했다. 목포대교에 들어선 순간 거대한 바람이 앞길을 막았다. 힘주지 않으면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약 3km가 넘는 대교였다. 청록색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걸었다. 알고 보니 자전거나 보행자가 가지 못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였다. 혹여나 목포로 이동하려면 케이블카를 이용하자. 이 거대한 다리 위에 홀로 꿋꿋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여행자스러웠다. 바람에 맞서 나가는 모습이 차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다리를 건너는 시간만 한 시간이 걸렸다.


대교에서 내려오니 고층 아파트가 보였다. 버스정류장에서 쉬는 중에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목포대교 이전부터 차 안에서 나를 보았다고 했다. 정류장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부랴부랴 나왔다고 했다. 사장님은 작은 갤러리아를 운영했다. 그는 다도와 미술, 낚시에 관심이 많았다. 종종 지나가는 학생이나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100g에 38만 원이나 하는 95년 산 보이차도 있었다. 입구에 있는 항아리들이 전부 차였다. 사장님이 끓여준 보이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젊었을 적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산도 많이 타고, 낚시하러 많이 다녔다고 했다. 가거도에서 민어를 잡고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자랑했다.


"저거 잡고 주위 낚시꾼들이랑 배부르게 먹었어! 어마어마~ 했지!"


이어서 서울 예찬이 시작됐다. 서울은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고 했다. 특히 병원 시설이 지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말을 낳으면 제주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최근에 허리디스크 때문에 고생했는데, 서울에 병원 가서 약 처방받고 많이 좋아졌어. 여긴 수술해야 한다고 했는데…"


서울에 사는 지인들도 고향인 목포에서 2~3채씩 가지고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조건 때문에 내려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출산율, 민주주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나이가 들수록 관심사가 변하니 대화도 달라진다. 예전엔 관심조차 없던 이야기에 푹 빠져 들었다. 목포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사실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인연을 만났다.    


저녁에도 목포 사람의 친절함이 빛을 발휘했다.


"저녁 먹으러 같이 가~!"

"그럴까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덕분에 얼떨결에 저녁약속이 성사됐다. 같은 도미토리에 묵는 손님과 저녁을 먹었다. 그는 INFJ로 나와 똑같은 mbti였다. 지창욱을 닮았다. 1차로 생똥집, 2차로 맥주집을 끝내고 돌아온 숙소에는 다른 사람들이 대화중이었다. 자리에 합석해서 신나게 놀고 잠들었다. 육군사관학교 이야기, 마계인천, 내일로 지정석 등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하루였다. 홀로 20대 후반으로 다 동생들이었다. 편해서였는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했다. '꼰대'같았을지 조금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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