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안개가 자욱이 깔린 날씨였다. 나는 드넓게 펼쳐진 논밭 옆으로 걸었다. 인적 하나 없이, 차조차 지나지 않는 길을 홀로 걸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혼자여서인지 옅은 우울감이 떠올랐다. 그것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진부하다고 칭해지는 평범함에 대해 말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평범한 글을 써내려 갔다. 평범함은 지루하고,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불안하게 했다. 특출 나지 않음은 곧 도태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증거였다. 여럿 평범한 이들은 특별해지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억지로 쌓은 바벨탑은 진짜들이 내뿜는 빛에 바스러져, 끝내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 잔해 위에 앉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 말도. 나는 다짐했다. 더 이상 위를 쳐다보지 않겠다. 고개가 꺾여 죽느니, 그냥 앞을 보며, 옆을 보며 살아가겠노라. 비웃지 마라. 한심하게 보지 마라. 변명이라도 해야겠는 내 마지막 자존심이니.
평범함과 특별함을 구분 짓고, 우위를 따졌다. 그런데 희한하게 모든 걸 내려놓자 다르게 보였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특별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힘든 야근을 끝내고 먹는 술 한 잔, 깜깜한 밤하늘 둥글게 뜬 달, 우연히 마주친 이에게서 느껴지는 두근거림은 어떤가. 특출 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평범하기에 더 많은 것을 특별히 느꼈다. 생각이 끝나고 나지막이 목소리를 냈다.
"전국일주가 끝나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돈과 시간을 낭비했을 수도 있어.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끝까지 하길 바라. 좌절하기도, 게을러지기도, 힘들기도 할 거야. 그래도 자책은 하지 말길 바라. 당연한 일이야. 하기 싫으면, 힘들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1~2일을 다 보내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실패를 하더라도 괜찮아.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걸어가 보자, 끝까지."
나는 울고야 말았다. 서럽게 울었다. 누군가가, 그 누구라도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좋다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라고. 그 어떤 책임도 네게 묻지 않을 테니, 그저 살기 위한 책임만을 다해 살아가라고. 더 나은 사람이 될 필요도, 특별해질 필요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