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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서산->당진 32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기운이 나지 않는 하루였다. 노래 들으며 계속 걸었다. 목표지점만을 향해 걷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맑은 하늘이 몹시 보고 싶었다. 내일 당진 삽교호로 향한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길이 있는데, 맑은 하늘 아래서 걷고 싶었다. 그래서 하늘에 기도를 드렸다. 시골길을 걸었다. 이상할 정도로 풍경은 똑같았다. 소들도 보고, 소똥 냄새도 원 없이 맡았다. 그러다 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한식 뷔페가 눈에 띄었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편의점 도시락을 선택했다.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당신은 자신과 충분히 소통하며 살고 있나요?
세바시 인생질문 2 :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매일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다. 나는 과거의 선택에 대해 묻는가 하면, 오늘 기분에 대해 묻기도 하고, 전국일주를 끝낸 뒤를 상상하게 했다. ‘그렇지, 그렇지’라고 나 같은 답을 내놓고 위아래로 까딱거리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고 좌우로 흔든다. ‘이게 난가?’. 스스로와 대화를 하면 선이 모여 뚜렷한 형태를 그려가나 싶지만, 멀리서 보면 괴랄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하기로 결정하곤, 저렇게 했다. 후회하며 ‘멍청아!’라고 부르고, 좋다고 ‘역시!’라고 치켜세웠다. 잘 맞으면 소울 메이트, 안 맞으면 원수. 나와 마음은 그런 관계였다. 고민이 길어진다 싶으면, 빨리 결정하라고 속삭였다. 그래놓고 나쁘면 내 탓. 좋으면 자기 덕분이라며 가슴을 크게 내놓았다. 뭐, 전국일주만큼은 인정한다. 놈과 나의 최고의 걸작이다. “최고다! 이놈아”


길 위에서 나는 나를 알아갔다. 알아갈수록 잃어가기도 했다. 내가 정의될수록 그 답에서 떨어진 것은 멀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행동하고, 내가 내뱉는데, 그 깊이가 뭐라고. 척하면 척.


“그게 우리 소통이야, 알았지? 내 안의 작은 아이야”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 생각하고 싶나 보다. 대화는 여기서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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