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흐린 날씨는 신비로웠다. 안개는 흐릿한 경계를 허물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란 말인가. 둘은 애초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같은 색을 띠며 어울렸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생각했다. 안개가 걷히면 경계는 뚜렷해져 둘은 갈라서겠지만, 그 흐릿했던, 모호했던 때가 당장은 그리워졌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주고 싶나요?
세바시 인생질문 2 :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와'너'로 만났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대화가 길어질수록 경계는 허물어지고 멀기만 했던 거리는 맞닿았다. 그렇게 '우리'가 되었다. 내 편이 되어준 너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서투른 마음을 잘 표현해 보려 했다.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고,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웃는 얼굴을 매일, 계속 보고 싶었다. 욕심처럼 번진 마음은 두 눈을 가렸다. 주는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네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씁쓸한 두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만이 또렷할 뿐이었다.
일방적이 아닌 함께 바라보는 사람이고 싶다. 완벽하고 싶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반쪽’이란 단어가 생긴 게 아닐까. 반쪽과 반쪽이 만나, 하나의 원이 되듯이,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가 ‘쪽쪽’이듯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어느덧 하늘 꼭대기에 오른 해가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해가 지기 위해 내려오는 첫 순간, 그 시간대가 제일 좋다. 그때 태양색은 주황빛이었다. 강렬함을 한층 내려놓고 뜨거움에서 따스함으로 지상 모든 것을 비췄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저 애매한 것이 모든 것을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