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에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였다. 그것은 정의가 되었고,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때론 편견으로, 때론 고집으로, 때론 상처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의심이 싹을 틔웠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읽게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온점을 끝으로 책이 덮이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 그것은 의심에 대한 해방이었다. 오히려 가지기보다 버려야 했다. 나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것을 하나씩 버릴 때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으며, 애타게 찾는 진정한 자신을 볼 수 있다. 옳고 그름은 언제든지 사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절대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내가 옳은 것이 아니며, 상대가 그른 것도 아니다.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편한 방식대로, 경험에 따라 받아들일 뿐이다. 진정한 삶의 이유, 의미는 무엇이냐는 복잡하고 위대한 질문을 하며 살아가는 내게 ‘버려라’라는 말은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와 같았다. 내가 내린 답은 이랬다. 위대한 사명이 있어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니며, 위대한 이유를 향해 살아갈 필요도 없었다. 그저 우린 ‘생명’을 가진 생물로서 살아갈 뿐이었다.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이라고 보이는 말과 모습에 휘둘려 괴로워하지 않겠다. 그렇지 않은 것도 삶이다. 세상은 패배자라 말한들, 난 패배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치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