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뻥 뚫려 두 발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이 이리도 뚜렷하게 보이는데, 고작 어디로 향하는 것에 매몰되어 고민에 빠지다니, 참 어리석었다.
우리는 목표,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간다. 그것은 가장 올바르고 빠르게 목적지에 데려다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착했을 때 이야기다. 도착하지 못했을 때 우린 길 잃은 양처럼 방황하고 불안해할 것이다. 혹은 길을 알려줄 양치기 소년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양치기 소년은 오지 않는다. 우리는 해결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재설정’이다. 우리는 어쩌면 ‘성공’이라는 쳇바퀴를 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공은 더 높은 성공을 바라고, 계속해서 목표를 설정해 나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 과연 인간은 만족할 수 있는 존재냐는 의문도 함께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목표를, 성공을 버리려고 한다.
그저 나아간다. 무수히 많은 길로, 가고자 하는 길로 나아간다. 그 길 끝에 다양한 모습의 내가 있겠지. 뭐가 되었든 무슨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