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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삿갓 Dec 18. 2024

여행

23년, 제주를 걸으면서 든 생각

여행을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은 매우 좁은 의미다. 넓은 의미에서 여행은 단순치 않다. 누군가는 말한다.


“여행은 도피예요,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날 유일한 기회죠”


또 누군가는 말한다.


“숨통이 틔어요, 그렇게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얻죠”


저마다 여행은 삶이며, 도피처며, 호흡기가 된다.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내가 여행하는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냥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자유로운 상태가 좋았다. 통제할 것도 없이 유유히 흐르는 시간 속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목적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할 이유도, 다음날 출근을 위해 오늘을 통제해야 할 이유도,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도 없다. 세상이 만든 규칙 따위가 없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사실 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계속 이런 생각이 맴돈다.


‘난 그냥 이도 저도 아닌 편한 무언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삶의 의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떠돌기 위해 살고 싶은, 아직 보지 못한 세상을 두 눈에 담으면 그만인 그런 삶. 세상이 만든 책임 속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유로만 이루어진 특별한 자기 세상 속에 살고 싶은 것은 아닐까’


잠시 뒤 내 모습이 상상된다. “그냥 한량인 것을 고고하게도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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