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로 광고하기 VS 대행사에서 광고하기 (1)

광고주에서 광고하기

by 김대영

"대행사가 왜 대행사인줄 알아? 내 일을 대행해 주니까, 대행사야. 그러니까 자기 일처럼 안 한다는 거거든. 그래서 대행사에 모두 맡기면 안 돼,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지"


20년 가까이 된 일인 것 같다. 기업의 마케팅 파트장으로 일하던 대리 시절, 몇 안 되는 후배들에게 한 이야기다. 대행사보다 광고주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뱉은 이야기는 대행사를 폄하하는 것에 가까웠다.

광고대행사에 와보니 '대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맡은 브랜드를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대하는 사람들이 넘쳤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런 미숙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나의 광고주 시절, 자신의 일처럼 성의를 다해준 대행사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10년 가까운 나의 대행사 생활을 돌아보면 모든 광고주에게 열과 성의를 다 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의 광고주 시절 대행사 동료들도 모두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이므로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의 파트너십에 따라 캠페인은 매우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그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한다.





광고에 관심을 갖고 광고업을 자신의 업으로 삼고 싶다면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기업의 마케팅부서에서 광고주로 일하는 것과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것이다.

더 세부적으로는 PD프로덕션이나 POST프로덕션등에서 광고 업을 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차이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광고업에 관심이 있다면 보통의 경우 광고대행사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업의 마케팅부서에 소속되어 광고를 담당하는 업도 있다. 그런데 기업에서 광고를 담당하는 직무는 흔하지 않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광고만을 담당하는 직원을 여럿 두는 기업은 거의 없다. 뽑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테니 취업준비 단계에서 광고주로 광고업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불어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보통의 경우 대기업이나 그에 준하는 이름 있는 기업들이다 보니 들어가는 일도 쉽지 않다. 신입으로 유명한 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그 기업의 광고업무를 맡는다는 건 확률이 더 희박하다.


하지만 광고의 범위를 TV에서 디지털이나 퍼포먼스로 확장하면 확률은 올라간다.

TV광고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같은 디지털 채널을 광고의 수단으로 삼거나 퍼포먼스광고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작은 기업들도 디지털을 통한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닫고 팀을 세팅하기도 한다.

'큰 기업에서 유명한 TV광고를 만들고 싶어'라는 마음을 잠시 내려두면 그만큼 선택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혹은 광고를 전담하는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의 업무로 시작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관련 부서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나 역시 처음부터 마케팅 업무를 하지 않았다. 통신회사의 서비스기획실과 데이터 마케팅팀을 거쳐 입사 5년이 넘어 광고 마케팅업무의 기회가 찾아왔다.


광고주로서 광고하는 것과 대행사에서 광고를 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고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광고주로 광고하기’부터 살펴보자.


광고주로 광고업을 한다는 것은 광고대행사를 관리하는 일에 가깝다. 광고대행사가 좋은 광고를 만들게 할 좋은 디렉션을 주는 역할이다. 따라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일 보다 광고대행사가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광고주 실무자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방향성을 잘 만들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의사 결정자가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에 맞는 방향성을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눈높이로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억에서 수십억의 광고비를 집행할 수 있는 기업은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한, 큰 기업이다. 이런 대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보고다. 어찌 보면 모든 일이 보고에서 시작해 보고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실무자가 생각하는 광고의 방향과 의사 결정자가 생각하는 방향은 일치하지 않는다. 의사 결정 구조의 레이어가 많다면 팀장,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까지 모두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광고 실무자는 이 많은 의사 결정자들의 보고 과정을 통해 광고의 방향을 정하고 광고 대행사가 만든 광고 시안을 파는 것이 핵심 업무다.


사실 많은 경우 실무자들은 본인의 생각을 광고의 방향에 녹이지 못한다. 수직 구조의 위계로 인해 윗분들의 이야기를 대행사에 전달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도전해야 하는 일은, 윗분들의 생각을 잘 해석하고 본인의 생각까지 광고의 방향성에서 담아내는 일이다. 그러한 도전이 없다면 윗분들의 의견을 딜리버리 하는 역할밖에 안 되며 따라서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한다.


광고주와 대행사의 모든 경험을 조합하면 가장 힘든 일은 최종 의사 결정자에게 광고 안을 파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광고주 실무자로서 해야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의사 결정자에게 광고의 방향을 컨펌받고 대행사와의 협력을 통해 광고시안을 팔아 내는 것이다.

어찌 보면 '광고주로서 광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의사 결정자에게 수많은 보고 과정을 거치는 일에 더 가깝다.

때문에 대기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로서 '광고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는 실제 업무와 차이를 갖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기업의 광고주로 광고 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광고와 관련된 직무를 하면서 유명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속한 회사의 브랜드, 제품, 서비스가 나의 손을 통해 만든 광고로 소비자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광고를 비롯한 여러 마케팅의 실행이 회사의 선호도나 매출을 올리는 일도 뿌듯한 일이다.

광고주로 광고업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광고대행사에서 광고를 하는 것보다 좋은 워라밸을 가질 수 있다.

나의 일을 대신해 줄 광고대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갑질의 논란이 있으나 현실은 그렇다.

대행사가 본인의 일을 처리해 줄 수 있으니 그만큼 워라밸을 챙길 수 있다. 시간 컨트롤의 주체가 된다는 것도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 핵심이다. 반대의 입장에서 광고대행사는 광고주가 정하는 시간을 따라야 하므로 나의 생활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물론 광고주가 갑의 지위에서 얼마나 을을 배려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광고주가 늘 광고대행사에게 일을 맡기고 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광고대행사처럼 인텐시브 한 업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바쁘다. 광고주는 보통 광고업무만을 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를 담당하는 부서는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IMC팀등 많은, 다른 이름으로 존재한다. 대부분 광고 제작만을 담당하지 않고 마케팅 전반에 관련된 일을 한다.

상품을 런칭하면 광고를 제작하는 일뿐 아니라, 소비자 프로모션이나 제휴마케팅, 오프라인 행사나 온라인 프로모션 등 다양한 일이 진행된다. 광고는 그 여러 업무의 하나일 뿐이다.

광고주로 광고를 한다는 것은 따라서 다양한 마케팅에 관여하는 마케터의 업무에 더 가깝다.


광고를 집행하는 팀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경우 크게 두세 가지 형태로 위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간단한 차이만을 말한다면 아래와 같다.

-광고집행 부서만 존재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별도의 사업부서의 요청 없이 회사의 광고를 해당 팀에서 집행한다. 이 경우에는 광고를 의뢰하는 부서가 존재하지 않아 큰 문제없이 회사의 광고를 집행하게 된다.

-사업부서 주도로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

보통 큰 회사는 여러 사업부서가 있다. 사업부서는 광고 집행팀에 광고를 의뢰하고 해당 팀은 광고대행사와 함께 광고를 만든다. 다만 광고비를 사업부서에서 통제하면 광고를 집행하는 팀보다 사업부의 힘이 더 있기 때문에 광고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광고를 만드는 것이 힘들 수 있다. 사업부와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큰 일 중 하나가 된다.

-광고집행부서의 주도로 광고를 하는 경우

사업부가 있다 하더라도 광고 예산을 광고집행부서가 통제하면 좀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된다. 따라서 사업부의 요구를 적절히 들어주면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광고 방향에 대해 사업부를 리딩할 수 있다.


광고를 주 업으로 한다는 관점에서 기업의 광고 업무를 담당할 때 가장 큰 단점은 다양한 광고를 경험하기에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나는 당연히 회사의 업과 관련된 광고만을 했다. 통신사에서는 요금제, 단말기, 멤버십, LTE 등 소재가 매번 바뀌지만 결국 회사의 산업 카테고리에 속한 광고만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본인이 좋아하는 산업 카테고리나 브랜드라면 깊이 있고 오래오래 나의 브랜드를 성장시킨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현대자동차의 마케터, 패션을 좋아한다면 무신사의 마케터를 꿈꾸고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 될 수 있다.


만약 광고 자체가 좋아서, 광고의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매력적이어서 기업의 광고 업무를 해보고 싶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제작은 대행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본인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에 참여하는 일은 많지 않다.

광고 업무 이외의 더 큰 개념에서 마케팅 업무를 해야 하며 늘 보고에 얽매이다 보면 창의적인 일을 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만약 정말 광고를 좋아한다면 광고주에서 광고를 시작하는 것은 권하지 않고 싶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현실적으로 첫 직장부터 광고 집행부서에 들어가는 일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광고 담당자로 일하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광고대행사의 근무 경력을 갖고 이직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경력직 광고 담당자를 뽑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카피나 아트 등의 제작팀을 거쳐 광고주가 되는 사례가 있지만 가장 많은 케이스는 AE직무다. 만약 본인이 가고 싶은 산업의 기업이 있다면 광고대행사에서 해당 산업의 광고를 맡는 것만으로 이직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마케터로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싶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산업에서 광고와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다면 광고주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광고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창의적인 자신의 아이디어로 광고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 광고주에서 일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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