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만들어지는 첫 시작의 자리가 있다.
바로 광고 OT 자리다. OT는 오리엔테이션의 약자다.
의미로만 보자면 어떤 '일의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라 해석될 수 있다.
광고주는 새로운 캠페인의 OT를 위해 목적, 목표, 전략 방향, 예산 등등의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OT는 보통 광고대행사가 광고주를 만나는 첫 자리다.
그 자리는 경쟁 비딩의 OT자리일 수도, 연간 대행사가 새로운 광고를 지시받는 자리일 수도 있다.
대행사는 이 자리를 통해 광고주가 새로운 광고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볼 수 있다.
경쟁 비딩을 시작할 때, 광고주는 보통 여러 광고 대행사를 초대하여 OT를 진행한다.
OT자리에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할 수 있지만 질문을 통해 전략이 노출되는 점을 우려해 대행사들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질문을 못하니 1:다의 OT에서 대행사들은 궁금한 점을 해결하고 오지 못한다.
OT 후, 질문에 답변을 주겠다는 광고주들도 있지만 공정성을 이유로 질문과 답변을 모두 공개하는 경우가 있어, 이 경우에도 대행사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거나 공정함을 이유로 여러 대행사에게 공개 OT를 하는 광고주들이 많다.
만약 진심으로 좋은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광고주라면 공개 OT보다 1:1 OT를 진행해야 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여러 대행사를 만나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1:다의 OT와 1:1의 오티는 대행사가 제안을 준비하는 과정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 왜 그렇게 OT가 중요한 걸까?
광고 캠페인의 전략과 크리를 만드는 과정은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답을 찾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너무 당연하지만 문제를 잘 이해했을 때, 답을 찾아낼 수 있다.
OT란 답을 찾아내기 전 단계, 그러니까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다.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질문이다. 1:1 OT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질문을 통해 좋은 답을 찾아가야 한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솔루션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와 같다.
A라는 회사의 RFP 문서에는 제품의 기능적 강점을 소구하여 매출을 높인다는 목표가 있었다.
1:1 OT를 요청해 더 깊이 있는 질문을 주고 받았다. 제품의 기능적 강점을 소구한다는 것은 목적에 도달할 수단이었다. 더 깊이 있는 캠페인의 목적은 해당 제품의 마트 내 판매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더 원천적 목표를 확인했고 기능적 강점의 소구라는 수단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텍스트로 적혀진 문서만으로 확인되지 않는 문제의 본질이 생각 보다 많다.
1:1 OT를 진행하는 경우, 광고대행사의 AE는 이 자리를 통해 최대한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당연히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RFP 자료에는 없지만 좋은 질문을 통해 캠페인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단서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든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있을 수 있다.
-기존 캠페인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성공한 점과 실패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의사결정자들이 바라보고 있는 현 상황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타겟을 이렇게 정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이었나?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유사한 방식의 캠페인이 있다면 무엇일까?
보통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담당자는 OT의 자리에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함께 참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리 AE가 OT에서 좋은 질문을 하고 미팅의 이야기를 잘 정리한다고 해도 직접 가서 듣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차원에서의 질문이 생길 수도 있고 크리에이티브 사이드에서 파악되는 뉘앙스는 AE가 느끼는 그것과 차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OT의 자리는 광고주가 하는 말을 듣는 자리로 끝나서느 안된다. OT의 자리는 광고주가 말하지 않는 것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혹은 말 할 수 없는 것까지 듣는 자리가 되면 더 좋다.
광고주는 보통 RFP이상의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통해 광고주가 말하지 않는 것, 말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면 찾아낼 수록 정답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