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광고 하나만 잘 만들어도 제품이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광고주들은 TV광고에 수백억 원을 쏟아부었고, 소비자들은 그런 광고를 보고 물건을 구매했다. 당시의 광고대행사는 단 하나의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로도 박수를 받으며, 브랜드와 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다. 과거에는 소수의 매체를 통한 강력한 광고 메시지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마케팅 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마케팅은 더욱 복잡해졌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단순한 광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1. 정보의 홍수 속에서 커진 소비자의 힘
왜 마케팅은 어려워졌을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스마트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대 소비자들은 디지털 시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필립 코틀러가 말한 ‘커넥티드 시대’ 속에서 소비자들은 광고보다 동료 소비자의 경험이나 리뷰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협상의 법칙에 의하면 정보가 많은 사람이 협상에서 유리하다. 소비자는 이제 마케터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소유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들은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한 리뷰, 비교, 평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마케터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다. 필요한 정보를 주도적으로 탐색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마케터들이 더 이상 정보의 통제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말하는 것보다 다른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2.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한 정보를 원하지 않는다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4.0'에서 현대의 마케터들이 처한 환경을 설명하면서, 소비자들이 단순한 광고나 제품 설명보다는 동료 소비자들의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TV 광고에서 제공되는 정보만으로도 소비자가 충분히 설득되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그 이상의 것, 즉 브랜드의 진정성, 커뮤니티의 추천, 그리고 경험의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3.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변화된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마케팅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브랜드를 평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장점뿐만 아니라 실수나 문제점도 바로 공유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나 부정적인 경험은 순식간에 확산되며,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는 마케터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며, 브랜드에 대한 일관된 관리와 신뢰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4.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 제품 그 이상의 의미를 찾다
소비자들의 가치관 변화도 마케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대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제품이 어떠한 가치를 대변하는지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 사회적 책임, 환경적인 지속 가능성, 그리고 브랜드의 진정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제품의 기능뿐만 아니라, 그 제품이 사회적, 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목하게 되면서, 마케터들은 더 복잡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단순히 좋은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에서 '운동을 통한 자아실현'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변화했다. 또한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아웃도어 의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진정성 있는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5. 기술 발전과 변별력의 상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변별력의 상실도 마케팅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는 기능적 차별화가 더 이상 소비자에게 명확한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 배터리 수명, 디스플레이 품질 등이 주요한 차별적 기능으로 작용했으나, 이제 대부분의 제품은 이 같은 기능을 고루 갖추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능적 성능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경험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마케팅의 필요성
이제 기업들은 단순한 기능적 우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는 “차별화는 단순히 다른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현대 마케팅의 과제다. 더 이상 제품의 기능에 의존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케터들은 그 제품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스포티파이는 '취향'이라는 가치를 통해 소비자와 연결되었다. 단순히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고 그 경험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자신을 차별화했다. 이케아는 가성비의 가치가 아닌 '조립 경험의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팔기 위해 노력한다.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가 아닌 '한계의 도전'이라는 가치를 팔고 애플은 오래전부터, 오늘날에는 더욱 '창의적 아이콘'의 가치를 판다.
마케터의 새로운 역할
이제 마케터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에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경험하게 하는 사람으로 변화해야 한다. 마케팅이 어려워진 이유는 소비자가 더욱 똑똑해지고, 브랜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대하며, 단순한 제품이 아닌 삶의 경험과 가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기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능적 차별화를 넘어, 브랜드가 소비자와 정서적, 사회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깊이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이 책 '새로운 가치를 찾는 브랜딩'에서는 다양한 기업의 브랜드가 표면적 가치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찾아 소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