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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Oct 25. 2024

Performance kill the Brand

'훌륭한 브랜드라도 그것의 가치와 생명력이 유지되려면 투자가 필요하고 정성 어린 관리가 필요하다'

1997년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내부 직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2024년 스티브 잡스는 없고 think different 캠페인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지만 여전히 애플은 자신들이 갤럭시나 윈도즈 보다 기능적으로 앞선다고 광고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들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여 이 세상을 진보시키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누구나 애플 제품을 통해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독려한다.

1997년 think different 캠페인과 2020년 Behind the mac 캠페인은 23년의 시간 차이와 나오는 사람만 다를 뿐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1997년 공개된 Think different 캠페인


2018년 부터 시작하고 있는 Behind the Mac 캠페인

스티브잡스는 자신에게 마케팅이란 가치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이키의 사례를 언급한다.

"나이키 하면 단순히 신발이 아닌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아시겠지만 나이키 광고엔 제품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그들은 왜 나이키가 리복보다 좋은지 이야기하지 않죠. 나이키는 위대한 운동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위대한 스포츠 역사를 기립니다. 그것이 그들의 정체성이고 그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2024년 10월 나이키의 DTC 전략을 이끌어온 존 도나호(John Donahoe)가 사임했다. 그리고 새로운 CEO로 엘리엇 힐(Elliott Hill)을 임명했다. 존 도나호는 전 ebay의 CEO로 나이키 최초 외부 영입된 CEO였다. 그에 반해 엘리엇 힐은 나이키 내부에서 32년간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스티브 잡스가 부러워했던 나이키는 2024년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 증가율은 겨우 1%에 머물렀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14년 동안 최악의 성과다. 이러한 이유로 주가는 계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S&P 500 지수가 약 19% 상승하는 반면 나이키 주가는 약 24% 하락했다.

반면 북미에서는 호카(Hoka)와 온(On) 같은 경쟁사들이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23년부터 2024년 사이에 호카는 미국 주요 유통업체에서 시장 점유율을 4.2%에서 8.7%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시켰고, 온 역시 0.8%에서 6.1%로 크게 성장했다. 매출 성장률 면에서도 2023년 대비 나이키가 1% 성장에 그칠 때 호카는 27.9%, 아식스는 44.6%, 온은 20%의 성장했다.



나이키의 부진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이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DTC(Direct-to-Consumer) 전략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주요 도매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 점이 꼽힌다. 더 이상 혁신적인 제품이 아닌 오래된 모델들(에어 조던 등)에 지나치게 의존해 젊은 세대와의 연결을 약화시켰고 단기적 마케팅 성과에만 집중해 장기적인 브랜딩과 소비자 경험을 놓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2017년부터 나이키는 퍼포먼스 마케팅, 특히 DTC(Direct-to-Consumer) 전략에 집중해 왔다. 이 전략은 디지털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매출을 즉각적으로 늘리는 데 목적을 두었다.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것은 전자 상거래 플랫폼 이베이의 수장을 맡았던 존 도나호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실제 나이키는 2021년부터 DTC 전략에 집중하면서 디지털 광고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나이키의 디지털 마케팅 지출은 2022년에 3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DTC 전략은 초기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2020년, 나이키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매출이 82% 증가하고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DTC를 통해 발생했다. 이러한 성과는 나이키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게 했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혁신적인 전략으로 칭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략은 실패했다. 주주 집단 소송인 Schall Law Firm 소송에서 나이키가 DTC 전략과 관련하여 장기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이 전략이 예상보다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며 2021년 3월부터 2024년 3월 사이의 투자자들에게 재정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서 나이키가 DTC 전략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대신 단기 성과를 우선시했고, 이로 인해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면서 경쟁사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기간 많은 소비자들은 SNKRS 앱을 통한 한정판 제품 구매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신발 문화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이키가 디지털화와 수익성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브랜딩 마케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약화시키고, 브랜드 충성도를 잃게 되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나이키는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전, 자기실현, 성취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강력한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온 브랜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나이키는 DTC(Direct-to-Consumer)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이전처럼 이러한 깊은 가치를 강조하는 브랜딩에 소홀했다. 나이키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에 의한 제품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특히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런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새로운 CEO 엘리엇 힐(Elliott Hill)의 임명이다. 엘리엇 힐의 임명은 나이키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 충성도와 혁신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힐은 나이키에서 오랜 경력을 쌓으며 소비자 경험과 글로벌 시장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특히 브랜드 마케팅에도 관여했다. 그의 리더십 아래, 나이키는 디지털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전통적인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와의 연결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광고 캠페인의 인바이팅 메일을 확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브랜딩 보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예산 배분에 있어 퍼포먼스 광고의 비중을 높이고 있고 브랜딩의 비중을 낮추고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돈을 쓴 만큼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은 단기적 성과를 보장할 뿐이다. 또한 브랜딩이 필요 없는 저관여 제품에 적합하며 소비자에게 브랜드적 가치를 팔아야 하는 제품에는 나이키의 사례처럼 퍼포먼스 마케팅이 브랜드를 서서히 죽이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현재 행해지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 측면의 브랜딩 고민 없이 수많은 크리에이티브를 수많은 매체에 쏟아붓고 반응이 오는 소재를 다시 드라이브 거는 형태의 반복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특정 제품의 광고는 짜증 나는 것, 관심 없음에도 나를 따라다니는 귀찮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날 정확한 효과와 효율을 측정하지 못하는 브랜딩의 단점에 의한 반작용으로 현재의 퍼포먼스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서서히 퍼포먼스의 단점은 다시 반작용이 되어 브랜딩의 필요성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수산물을 어획할 때 특정 어패류의 포획을 금지하는 기간이 있다. 이를 금어기라 부른다. 연간어획량과 어획물의 크기를 제한하고 자원의 보호와 배양을 목적으로 한다.  어패류의 산란기나 치어기에 맞추어 일정 크기 이하의 개체를 포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2018년 금어기를 한 달에서 두 달로 늘렸을 때 어획량이 87% 늘어났다는 데이터가 있다.


브랜딩에는 인색하면서 퍼포먼스 마케팅에 수십, 수백억을 쏟아붓는 모습은 흡사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어획량만을 생각하며 채 자라지 않은 작은 물고기까지 잡는 것과 같다.


한 철 장사처럼 제품을 팔아먹고 더 이상 장사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퍼포먼스 마케팅에 올인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잘 키워내기 위한 브랜딩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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