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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Oct 25. 2024

광고주 15년, 대행사 10년의 교훈

"세계최초 LTE 상용화 성공"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된 오래전, 나는 통신사의 LTE 마케팅 담당자였다.

당시 마케팅 담당 상무님과 나는 족히 1000장 도 넘는 자료를 모아 광고 심의위원들을 찾아다녔다.

세계 최초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광고 심의를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최초나 최고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광고심의는 매우 인색하다. 최상급의 표현은 근거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전 세계의 홈페이지를 탈탈 뒤져 우리가 세계최초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근거를 모았고 우리는 해당 근거를 바탕으로 광고 심의를 통과시켜달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그 해 우리는 TV에 세계최초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광고를 내보낼 수 있었다.


당시의 우리는 LTE최초 상용화를 통해 3개 통신사 중에 늘 꼴찌였던 브랜드 선호도 등수를 반전시키고 싶었다.

선도적 이미지를 어필하면 소비자들도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 주리라 생각했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나는 더 이상 광고주 사이드에서 광고를 담당하지 않는다. 지금은 펜타클이라는 광고대행사에서 10년 차 광고쟁이로 일하고 있다.

광고주에서 일한 경험은 광고대행사의 일에 큰 도움이된다. 하지만 더 큰 교훈은 지난날의 경험을 거울삼아, 좁은 시야로 문제를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의 밖으로 나오니 기업 안에서 아등바등 대며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었던 메시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물며 통신사에 오랜 시간 마케터로 일했고 광고를 업으로 삼고 있음에도 통신사광고는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계최초의 LTE 상용화나 5G의 빠른 속도 같은, 기술적 가치나 선도적 가치등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기업이 자신들의 고생과 노력을 자위하는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일 뿐이다.


광고대행사의 경험은 기업 안의 실무자가 아닌 기업 밖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광고주로 있을 때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에만 꽂혀 있었으나 나와보니 그런 말을 귀담아 들어줄 소비자는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광고대행사 10년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일이, 광고주가하고 싶은 말과 소비자가 듣고 싶은 말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광고주의 과도한 욕심을 잘 정제하여 소비자의 반응을 유도할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우리가 꼭 해내야 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광고주로 일하던 시절과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지금은 마케팅 환경이 많이 변했다. 쉽게 표현하자면 10년 전 보다 마케팅은 훨씬 복잡해졌고 어려워졌으며 힘들어졌다.

TV광고의 효율 측정이 힘들다는 반작용에 의해 디지털과 퍼포먼스 광고를 선호하는 광고주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적 특성이 마치 브랜딩은 등한시해도 되는 것, 빠르게 성과를 내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최선인 것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변수들을 감안하면 브랜드마다 해야 할 마케팅 접근도 다양하다. 하지만 광고주 시절의 경험과 광고대행사에서 여러 브랜드의 문제들을 파악하며 얻게 된 경험들을 종합하면 점점 뚜렷해지는 것이 있다.

"우리 브랜드, 제품,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고주 시절 나는 담당하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다. 단기적이며 정량적인 수치들이 필요했고 신기루 같은 브랜드 선호 지표에 집착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알리는 것에 급급했고 기능적 혜택이나 감성적 혜택이라는 가치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능적 차별의 우위성이 있다면 소비자는 선택해 주리라는 믿음 같은 피상적 생각들만이 가득했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 여전히 과거의 나와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 광고주들을 많이 만난다.

나도 그랬으니 그들도 그러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나와 같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며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돕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한다.


광고주 15년을 지나 10년 차 광고 대행사 생활을 하면서 이제 아주 조금 마케팅, 브랜딩, 광고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그것은 아래의 질문에 답을 해가는 것이다.


"우리가 팔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가 사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팔고자 하는 가치는 존재하는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소비자는 우리가 팔려고 하는 가치를 꼭 사야 할 이유가 있는가?"

"표면적 가치를 넘어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가치는 무엇인가?"


이 책은 우리가 팔고자 하는 제품, 서비스의 표면적 가치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브랜딩에 있어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모쪼록 새로운 가치를 찾는 브랜딩을 통해 기업의 마케터나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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