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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Mar 18. 2024

아침마다 여행 가는 남자

창원 가는 KTX를 타면 보이는 것들

기차 창밖으로 하얗게 서리가 내린 들판이 보인다.

3월 첫 주, 새벽 6시, 대전을 출발해 동대구까지 시속 300킬로로 빠르게 달려가는 KTX,

빠르게 지나가는 창 밖 풍경이 어지럽다.


동대구를 지나면서 창밖 풍경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조금은 더 운치 있게 시골마을의 풍경도 보이고, 빈 들판과 저수지 풍경도 정겹다. 

시골 마을 작은 집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느릿느릿 하늘로 올라간다. 


월요일 아침마다 나는 여행을 한다. 오송에서 창원까지, 두 시간 동안 창밖 풍경을 감상하면서~!

사는 곳은 세종시인데, 전국 각지로 여행을 다녔다, 직장 덕분에.

전라도 광주에서 1년, 서울 광화문에서 1년, 대구에서 1년 반, 이제는 창원으로 6개월째 여행 중이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기차 창문 너머에 이리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풍경이 날마다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창원으로 여행지를 변경하면서부터, 그 진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송에서 대전, 대구까지는 그야말로 고속으로 이동을 한다. 창밖을 쳐다볼 겨를이 없다. 

하지만 대구를 지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구에서 창원까지 1시간 동안 여유 있고 멋진 기차여행의 풍경이 펼쳐진다. 동대구에서부터 경산, 밀양, 진영을 거쳐 창원중앙역까지~~~.



"아~,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이리도 넓은 곳이었나?"

"아~ 산 좋고, 물 좋고, 아름다운 농촌마을이 가까이에 있었구나!."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멋진 기차여행을 매주 아침마다 할 수 있다니, 

평생 한 번도 KTX를 타볼 기회가 없었다는 분도 계시는데, 나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마다 기차여행을 한다. 

그것도 고속열차만 타는 게 아니라, 운치 있는 저속열차도 함께 적당히 섞어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 제목이 생각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지난 4~5년 동안 지방근무를 했었는데, 그동안에는 왜 경치를 감상하지 못했을까 

대구에서 창원까지 기차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 창밖을 쳐다볼 여유가 생긴 것 아닐까?

창원으로 출근하며 한동안은 KTX 속도가 느려지면 답답하고 지루하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반대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역시나,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고속으로 달리다 느려지는 기차를 타면서, 지루하다고 생각하던가, 아니면 천천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감상하던가~!.


서리가 내린 3월 초입의 쌀쌀한 아침, 차가운 공기 속에 간간이 보이는 매화꽃을 감상해 가며, 오늘도 행복한 기차여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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