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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나경 Jan 02. 2023

학나경 이후의 운영진의 삶

김지연, 손로운 학나경 운영진 두 명이 나눈 대화

학교/나이/경력 외적인 요소를 비추고 싶어하는 두 명이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두 명이 생각하는 학/나/경 에 대한 생각의 지점은 다르기도 하다. 학나경 인터뷰 프로젝트를 다루는 방식도 그렇다. 그래서 학나경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터놓고 얘기해봤다.


김지연 첫 인터뷰 때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손로운'이라고 말했었다. 여전히 유효한가.

손로운 그건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특성이다. 지금 당장은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인터뷰 했을 때, 그 당시의 상황이 나를 둘러싼 거의 모든 상태니까 계속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막상 여러 환경이 바뀌다보니까 그게 마냥 유지되지는 않더라. '생각하는 김지연'은 어떤가.


김지연 '생각하는 김지연'은 내가 지향하는 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냥 항상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게 어느 때나 적용되는 말인 것 같아서.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 외부적인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특성이 아니다. 그냥 나라는 사람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다.

김지연 (손로운은) 본인의 학나경의 변화(이직)가 행복이나 삶의 기조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사실은 그렇게 보면, 학나경은 (손로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그럼에도 학나경 인터뷰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손로운 내가 나의 학나경에 불만족할 때도 그랬듯, 내가 불만족인 상태에 놓였을 때에는 나를 드러내지 못했다. (그때의)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캐물어주지 않으면, 내 삶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감춰진 세계가 궁금했다. 너는 그때(처음 인터뷰 했을 때)의 너와 달라진 게 있다면.


김지연 학나경적으로 말하면, 나의 직업이 바뀌었다. 나는 이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전직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도 글을 쓰긴 했었지만, 지금은 돈을 받고 학나경같은 인터뷰를 하기도 하는 직업으로 바뀌었다, 근데 나는 그 직업적인 변화가 내 삶의 기조를 크게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아무리 나를 둘러싼 학나경적인 환경이 바뀌어도 코어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그때의 나랑 지금의 나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의 생각도, 지금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당연히 작은 것들은 다 다르겠지만, 삶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틀은 똑같다. 그래서 학나경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손로운 특별히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인터뷰가 있다면.

김지연 인터뷰는 아닌데, 누가 학나경 프로젝트는 학나경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 인터뷰이가 생각하는 학나경에 대한 관점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람마다 학나경을 대하는 자세가 있으니까, 그게 은연중에 인터뷰에서 드러나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김지연 학나경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을 이 프로젝트의 전제로 삼았지만, (손로운이 쓴 인터뷰 글을 보면) 학나경적인 요소가 등장하기도 한다. 직업에 대한 언급이라던지.

로운 학나경적인 요소를 아예 배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근데, 그걸 억지로 배제하면 오히려 그 사람의 색깔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직업이 자기 삶의 지향점과 닮아있다던지. 그래서 조금은 학나경의 요소가 섞이더라도 최대한 인터뷰이의 색깔을 다 담고 싶었다.

김지연 나는 인터뷰를 편집하면서 내 시각을 넣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인터뷰를 그대로 실으면 되지, 굳이 내가 편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가 거울로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내 거울로 한번 더 비추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지점에서 (학나경 프로젝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로운 내가 쓴 인터뷰 글에 일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는, 그 인터뷰이의 모습을 온전히 다 담기 위함이다. 내가 질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내 시각이 담긴다고 생각해서, 그 시각에 담긴 인터뷰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이고 싶다.

김지연 (손로운) 인은 학나경이라는 요소를 앞으로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손로운 나는 처음(학나경 프로젝트 초기)에는 학나경을 내세우는 사람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더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김지연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맞겠다. 만약 학나경에 정말 서열이 없다면, 그냥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건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사실 그게 아니니까.

손로운 그래서 아직은, 학나경과 학나경이 아닌 요소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평가를 할 정도의 넓은 아량은 갖고 있지 못하지만 어떤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한 사람을 평가하지는 않을 거다. 나 스스로도 놀라웠던 부분이다.

김지연 내가 학나경적인 요소를 대하는 건 아까도 말했지만 달라지지 않을 거다. 내가 아무리 학나경적인 성취를 엄청 거뒀어, 그래서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학나경을 가졌어,라고 해도 이 기조가 변하지 않을 거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성공에 취해서 내가 나의 학나경을 내세우고 싶을 수도 있지만, 어디 가서 나를 학나경으로 소개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나의 목표다.

손로운 그렇다. 나도 지금 점점 학나경적인 부분에서도 만족감을 느끼고 있긴 한데, 여전히 여기서 만족했다는 이유로 나의 학나경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 여전히 학나경 외적인 요소가 더 나답기 때문에, 나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도 학나경의 요소가 먼저인 삶을 바라지 않는다.

김지연 여전히 나는 학나경 외적인 나의 요소가 훨씬 더 ''스럽다고 느낀다. 나는 이게 어느 정도의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지만, 학나경을 자기 자신의 첫 번째 요소로 내세우는 건 그 외의 요소에서 매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학나경보다도 내 코어가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그 우위를 떠나서, 그냥 그걸로만 내가 아무리 나에게 과분한 일을 하고, 과분한 돈을 벌지언정 나는 그것보다 가치있는 사람이다.

손로운 예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학나경 뒤에 감춰진 사람의 모습을 궁금해할 거다. 그게 더 재밌고, 덜 뻔하고 이 사람이 다채롭게 보인다. 학나경은 사실 한계가 있으니까.

김지연 학나경 외적인 거는 사실 서열이 없으니까. 나는 내가 아무리 바쁜 삶을 살아가고 사회랑 타협을 하면서 점점 더 한국식 서열에 찌든 사람이 되어가더라도 그것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손로운 (김지연이) 학나경 프로젝트를 대하는 자세는.

김지연 나는 이게 계속 재밌었으면 좋겠다. 재밌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다. 취미니까. 내가 재밌을 까지 하려고 한다.

손로운 나도 학나경 인터뷰를 하면서, 나랑 같이 즐거워하는 인터뷰이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재밌다.


작성자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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