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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나경 Dec 31. 2022

학나경 인터뷰와 그 이후 이야기.

2022 학나경 인터뷰 마무리

어떤 것이든 마무리를 하는 시점엔 거쳐왔던 과정들을 되돌아보곤 한다. 지난 3월 학나경 운영진의 생각들을 적어내려간 글을 시작으로 약 20명의 이야기를 모았다. 시간이 흐르면 상황도 생각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운영진의 생각도, 여러 명의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시작할 당시와 조금 달라지기도 했다.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그간 운영진 손로운이 인터뷰한 분들 중 몇 명에게 인터뷰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답변의 느낌을 온전히 담기 위해, 인터뷰이의 답변을 그대로 실었다. 



[행복의 결을 찾아가는, 박하영]

질문 1. 학나경 인터뷰를 하고서 몇 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매서운 한파와 추위에 벌벌 떨고 있다. 농담이고(웃음) 그때 당시에도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았는데 한차례 안정을 찾았다가(그 차례가 다소 짧았지만) 다시금 고민들이 많아진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연말은 행복하게 즐기고 있는…


질문 2.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더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이다! 치열하게 사는 주변인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올해보다 내년이 더 뛰어난 업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성장 욕구가 생겼다. 


질문 3. 인터뷰할 당시에, 상황 때문에 불안함이 많이 내재되어있는 듯 했다. 그 당시와 지금의 상태를 비교한다면?

역시 불안하다. 그런데 그 불안감의 결이 뭔가 다른 거 같다. 그 당시에는 끝도 없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느라 불안했다면, 현재는 감옥에서 나가고 싶은데 그 길이 매우 험난해서 불안한..? 어쩌면 늘 불안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질문 4. 올 한 해를 보낸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 중 몇점을 주고 싶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4점을 주고 싶다. 꽤나 열심히 해왔기에! 1점이 깎인 이유는 불안정한 모습을 종종 보여서. 물론 사람이 불안정하기 마련이지만 일할 때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나 자신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어리고 여전히 여리기 때문에 4점이다. 같은 관점에서 작년에는 3.5였고 재작년은 3점이었을 것 같다.


질문 5.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2번에서 말했듯, 새해엔 더 뛰어난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새해 다짐을 하기 위해 1월 1일에 일출 보러 야간산행을 떠날 계획이다. 새 공기를 마시고, 새 해를 보면서, 새해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이러고 눈 오면 못 간다!ㅋㅋ) 새해에는 우선 책을 많이 읽고 싶다. 독서모임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도 하고 싶고, UX 라이팅 공부를 열심히 해서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고자 하는 목표부터, 더 원대한 목표까지 여러 가지가 있어서 드릉드릉 하는 마음이다!


질문 6. 학나경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재치있고 강단있고 깨어있는 박하영'이라고 했다. 여전히 동일한지.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라서 여전히 동일하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어떤 사람의 모습이 되고 싶은지 많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선은! 재치있고 강단있고 깨어있는 3有의 사람이 되어 보겠다.




[대화를 기다리는, 송치우]

질문 1. 학나경 인터뷰를 하고서 몇 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저는 잘 지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지냈어요. 첫 기숙생활은 꽤 즐거웠습니다. 수면 시간이 맞지 않는 4명이었지만 미워하진 않았어요. 앞에서 적당히 싫은 티 낼 수 있는 친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 근처에서의 생활을 겁내했었지만 이제는 많지는 않지만 제 입맛에 맞는 식당 몇 군데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고, 캠퍼스에서 조깅을 뛸 정도로 적응을 했습니다.

적응하자마자 졸업입니다.


질문 2.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학부연구생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연구실 학부연구생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모두 대학원 진학을 희망 중이에요.

그래서 저도 대학원 진학을 희망해야하나?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의문으로 끝난 채 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질문 3. 최근 본인에게 있었던 소식 중 가장 큰 소식이 있다면?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 두렵긴 합니다만, 이제는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하는 노하우를 쌓은 것 같아 나만의 노하우를 적용해보려 합니다.


질문 4. 올 한 해를 보낸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 중 몇점을 주고 싶은지

4점.

그간 스스로 공부해 결과를 얻어내 본 경험이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막학년에라도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자신감을 스스로 찾아낸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합니다. 이 작은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되겠지만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건강했던 한 해 였던 것 같습니다.


질문 5.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기대가 되면서도 두렵습니다. 올 한 해 얻은 자그마한 자신감으로 내년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이 굉장히 작고 어리다고 생각하기에 몇 번의 실패에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다른 분야를 정말 가지 못 할까봐 두려운 데 하나라도 쥐고서 변화를 고려하겠습니다. 


질문 6. 학나경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서울의 북적거림을 곁에 두고 싶은 송치우'라고 했다. 여전히 동일한지.

마음은 여전합니다. 서울을 동경하고, 그 곳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의 북적거림도 즐겁다는 하나의 작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내일을 기대하고 싶은, 차현지]

질문 1. 학나경 인터뷰를 하고서 몇 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당시 나를 괴롭히던 상황들이 많이 나아졌다. 지금은 힘들게 하는 사람도 없고, 회사생활도 어느덧 1년을 채워 적응이 되었다. 이제 타인, 직장이 아니라 ‘나’한테 초점을 맞추고, 취미나 운동 등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서 실천할 수 있는 단계가 된 듯 하다.


질문 2.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근데 내게 맞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러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 나를 되돌아보는 자기객관화 타임을 많이 갖고 있다. MBTI를 재밌게 여기는 편이지만, 이제 그 알파벳에 나를 가두지 않고 블로그에 서술형으로, 특히 감정에 집중한 기술을 통해서 나를 되돌아보고 있다. 아무래도 연말이라 더 그런 듯 하다.


질문 3. 당시 인터뷰를 할 때 엉망진창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지금 그 시기를 돌아본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유난히 힘든 시기에 인터뷰를 했어서 지금 보면 당시의 내가 굉장한 비관론자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약함은 보여주기 싫어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던 과거의 나라면, 회복한 상황에서 다시 어두운 시절의 글을 읽는게 너무 부끄럽고 지워버리고 싶었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그마저 사랑해주는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배우고 있어서, 그냥 그 때의 나를 귀엽다고 생각해주고 싶다. 여기서의 ‘귀여움’이라는 감정에는 연민, 사랑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고민도 몇 개월 후엔 귀여운 일이 되어있을 거라 믿는다.


질문 4. 인터뷰 당시 살아가야할 이유에 대해 고민했는데, 지금도 그때와 같은지.

그 질문에 너무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고민을 할 시간에, 오늘 저녁에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지, 이번 주말에 누구를 만날지, 다음 달에 어떤 콘서트를 갈지 몸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대할 일을 만들어두며 좋아하는 것들로 조금씩 삶을 연장해가는 기분이다.


질문 5. 올 한 해를 보낸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 중 몇점을 주고 싶은지.

4점이다. 연초에 다이어리에 쓴 올해의 목표를 보면 “잘 살아있기”였더라. 지금 멀쩡히 잘 살고 있으니 5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1점은 별 일 아닌 것들에 힘들어했던 나에 대한 안타까움과 후회로 깎았다. 


질문 6. 학나경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차현지'라고 했다. 여전히 동일한지.

동일하지만 조금 더 발전됐다. 행복에 집착하는 순간 불행해진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그건 머릿속으로 고민만 할 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기 위해 엉덩이를 떼고 하나씩 실천하고 움직여보면, 정말 나아지는 부분이 있더라. 그래서 현재 상태에서 자기소개를 수정해보자면 ‘행복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차현지’라고 하고 싶다. 아직 대단히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2023년의 다짐 혹은 선언 같은 것이다.




[강아지의 이름을 모으는, 백지연]

질문 1. 학나경 인터뷰를 하고서 몇 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직장(대학교)이 겨울방학을 맞아서 신나게 넷플릭스 신작들을 정주행 중이다. 무급휴가 개념이라, 무지출 챌린지 해야한다. 그래도 연말이라 친구들 만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몸도 마음도 통통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질문 2.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모든 게 너무 빠르다는 생각? 2022년 새해 카운트다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캐롤을 듣고 있다니. 서른되고 싶지 않아.


질문 3. 당시 인터뷰를 할 때 강아지의 출석부를 만들고 있었는데, 진전이 있었는지.

겨울 시즌이 되면서 강아지들 산책 시간에 변동이 생겼다. 새로 만나는 강아지들이 너무 많아져서 출석부를 못 만들고 있다. 초면에 이름 물어보기가 좀 그래서.. 다들 두툼한 패딩을 입고 나와서 잘 못 알아보기도 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호구조사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질문 4. 지금 백지연의 삶의 낙은?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으니까 모든 게 낙이다. 3kg 아령을 들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동네 카페가서 책 읽는 것도, 눈오리 만들고 설탕이와 산책하는 것도, 넷플릭스 신작이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다 낙이다. 니체가 ‘하루의 3분의 2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라고 했는데 시대를 뛰어넘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질문 5. 올 한 해를 보낸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 중 몇점을 주고 싶은지

5점 만점에 5.5점! 올 한 해 이루고 싶었던 것 다 달성했다. 2023년도 토끼같이 야무지게 보내려고 한다.


질문 6. 학나경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분위기를 타는 백지연'이라고 했다. 여전히 동일한지.

>여전히 동일한데, 서른되면 분위기 있는 백지연이 되고싶다. ㅋㅋ




[오늘 같은 내일을 살고 싶은, 조혜민]

질문 1. 학나경 인터뷰를 하고서 몇 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항상 연말이 되면 '그래도 빠르게 지나갔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하염없이 길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해봤던만큼 나를 깊게 생각해 본적은 많이 없었지만, 이걸 계기로 어떻게하면 최대한 많은 순간들을 후회없이 살 수 있을지 생각해봤던 것 같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다. 우울하고 외로운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지내게 된 것 같다.


질문 2.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만 나이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29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20대를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고 보람되게 살 수 있을 지 많이 생각해봤던 것 같다. 어떻게 계획을 짜면 내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풍부하게 인생을 만들고, 나중에 그래도 내 20대는 풍부하고 다채로웠다고 할 수 있을까를 요즘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그냥 요즘에 지치고 힘들어서 그런지 누군가 나를 이유없이 좋아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질문 3. 이모티콘은 여전히 그리고 있는지

점냥이라는 이모티콘을 7월에 그렸는데, 이건 진짜 귀여웠는데.. 승인 안되고 흥미를 잃기도 하면서, 너무 바빠지고, 또 혼자만의 동굴에 잠시 들어가서 지친 마음을 달래느라 그리지 못했다. 취미도 목표도 무엇인가를 하려면 내 스스로가 먼저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완전 포기는 아니다. 2023년엔 꼭 승인 받을 것이다.(움직이는 버전으로 시도해 보려고 한다!)


질문 4. 지금 조혜민의 삶의 낙은?

삶의 낙은 없다. 요즘에 너무 많은 것으로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딱히 삶에 낙도, 재미도, 행복도 없다. 그나마 최근의 나의 낙은 월드컵이었다. 매일 소소한 낙은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있는것 정도?


질문 5. 올 한 해를 보낸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 중 몇점을 주고 싶은지

5점 만점에 4점 정도 주고 싶다. 그냥 너무 많은 순간 무너지고 힘들었고 우울했는데,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그냥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로 대견했다. 이렇게 많이 울었던 해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잘 견뎌냈다고 생각한다. 


질문 6. 학나경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조혜민, 아니면 다 같이 행복하게 살고싶은 조혜민'이라고 했다. 여전히 동일한지.

하루하루는 정말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서로 미워하거나 상처주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내가 남에게, 내가 나 스스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질문하는, YJ]

질문 1. 학나경 인터뷰를 하고서 몇 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난 것 같다. 회사에서의 하루는 정말 느리게 가는데, 통으로 보면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인터뷰 이후로 회사에서나 개인적으로나 임팩트가 큰 사건들이 연달아 있었다. 그 사건들 때문에 수많은 감정의 업다운을 겪었지만, 지금은 내 나름대로 사건의 매듭을 모두 지어놓은 상황이다. 다시 말해, 눈보라 치는 바깥 세상에서도 옷깃 단디 여며가며 씩씩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질문 2.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거? 굳이 커리어가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싶은 일은 하고 살아야 못난 어른으로 안 늙을 것 같다. 


질문 3. 당시 인터뷰를 할 때, 30살에 뭘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마지막 20대를 앞둔 기분은.

솔직히 살짝 아쉽고 슬프다. 코로나 때문에 강제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 너무 많다는 걸 최근 뼈저리게 느껴서 더 아쉬운 것 같다. 하지만 내년부터 만 나이 시대니 조금 더 여유를 가져보기로 했다 ㅎㅎ


질문 4. 올 한 해를 보낸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 중 몇점을 주고 싶은지.

4점. 한 직장을 1년 내내 다닌 것,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것, 어떤 대상이든 보내줄 타이밍을 알게 된 것, 배우고 싶은 게 생긴 것. 요렇게 딱 네 가지에 1점씩 줘서 4점이다. 


질문 5. 학나경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하교하는 초등학생'이라고 했다. 여전히 동일한지.

여전히 동일하다! 아마 내가 못 걸어다닐 때까지는, 나를 정의할 때 있어 가장 유효한 표현이지 않을까. 




[바닥에 앉아 관찰하는, 이다연]

질문 1. 학나경 인터뷰를 하고서 몇 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주아주 평범하게 보내고 있다. 

주중엔 회사와 집을 오가고, 주말엔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삶. 


질문 2.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즐겁게 흔들리는 법에 대해 생각한다. 흔들리며 살아야 보이는 것도 많은 법. 그러나 크고 작은 것에 흔들리는 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쉽게 건조해지고, 쉽게 다정함을 잃는다.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잃지 않고 실컷 흔들리며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책과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해주는데, 울렁거리는 상황에서도 나를 견디게 해줄 만한 것이 또 뭐가 있을지 탐색 중이다.


질문 3. 추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어떤 겨울을 보내기로 했는지

남극의 펭귄들이 서로 모여 체온을 나누듯 사람들과의 웃음과 감사로 추운 겨울을 견디는 것. 

사실 ‘계절을 맞는 준비’라는 행위는 어떤 만화작가를 통해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분은 플레이리스트도, 영화 리스트도, 계절에 맞게 분류해서 감상한다고 접했다. 그런데 귀찮음이 심한 나에게는 안 맞는 것 같더라. 그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함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하게 견디고 싶다. 간직하고 싶은 사소한 순간을 더 기억하고, 더 기록하며 외우기로 했다.

(전기장판 틀어놓고 마쉬멜로 들어간 코코아 마시면서 영화 보는 게 최고다.)


질문 4. 올 한 해를 보낸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 중 몇점을 주고 싶은지

3.88점 

더 발전하는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 1점은 비워 두었고, 0.1점은 여전히 조급함과 시니컬함을 버리지 못하는 약간의 벌점. 0.002점은 이런 나쁜 버릇조차 온전히 껴안지 못하는 아쉬움. 

 

질문 5.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특별하지 않다. 난 새해에는 특별한 결심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커다란 마음을 가지는 만큼, 커다랗게 실망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드는 생각이 있다. 올 한해를 시험으로 비유하자면, 객관식 문제만 가득한 시험지 같았다. 그래서 답을 찍어도 일정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수월함이 있었다. 아마 내년엔 all 서술형 시험 같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책임질 것도, 더 알아야 할 것도, 더 도전해야 할 것도 늘어날 것이다. 

좋아하는 광고 중에 이런 카피가 있다. ‘수학 문제는 틀려야 한다. 그것도 용감하게 틀려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그렇게 틀리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이 문장에 담긴 에너지로 2023년을 보내고 싶다.  


질문 6. 학나경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나무를 외우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전히 동일한지.

그렇다. 여전히 나무를 외우는 사람이다. 문장을 보고 상상을 좀 더 해봤다. 내가 나무를 외울 수도 있겠지만, 나무가 나를 외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해봤다. 매일 다른 나를 마주칠 나무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다. 

또, ‘나무를 외우는 사람’에서의 나무는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답변을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외우고 싶은 나무가 되길 꿈꾼다. 



누군가는 원래의 생각이 더 강해졌고, 누군가는 처음 했던 생각을 고쳤다. 모두 지난한 1년을 보내면서도 그 시간을 잘 보낸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점, 그리고 마저 채워야하는 점수를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모두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1년을 기대하게 된다. 이들처럼 생각이 견고해지고, 많은 변화를 맞이한 학나경 운영진들의 시간도, 앞으로 다가올 1년동안 어떤 과정을 겪게 될지 기다려지기도 한다. 어떤 과정을 겪게 되더라도,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물을 수 있는 학나경으로 남았으면 한다.

작성자 손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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