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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돌보 May 22. 2024

우리 괜찮은 걸까

세상에는 많은 물음표가 존재하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것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관계에 대한 것이라면 애초부터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랬다. 눈부시고 화려한 결혼식은 없었지만, 우리만의 방식으로 결실을 맺었다. 


신혼은 생각보다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았던 우리만의 로맨스. 결혼은 현실이라는 명제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무렵이 새삼 떠오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했고, 폭풍 같은 신혼 끝에 부모라는 견장을 달게 되었다. 서로의 눈코입을 빼닮은 아이가 밤새 보채고 떼를 써도 성가시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삶의 풍파에 곁의 중요함을 모른 채 살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새하얀 한지가 채색될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 갔다. 진실한 척 사소한 것을 숨기고 보이는 것들을 방관했다. 그렇게 우리 문제는 부풀어만 갔다.


완벽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소나무 같던 존재가 더 이상 등을 대지 못할 만큼 무너졌을 때의 감정, 그래서 내쉬는 숨마저 파르르 떨리던 그토록 불안했던 마음.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닐 일들이 나에게 특별히 느껴지기 시작할 때의 참을 수 없는 떨림의 진동이 느껴졌다. 




갈등의 시작은 단순했다. 퇴근이 늦었고,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혼자만의 육아를 하는 기분에 사로잡혔고, 그가 들어올 때까지 나는 잠들 수 없었다. 투명한 자물쇠에 채워져 옴짝달싹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점차 나 자신을 잃어 갔다.


잦은 술자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나쳐도 될 문제까지 매번 불거졌다. 어젯밤 벗어놓은 양말 한 짝마저 꼴 보기 싫게 느껴졌다. 의심의 둘레는 커져만 갔고, 때때로 불신했다. 해서는 안 될 말까지 우리는 서슴지 않았다.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될 것만 같았는데, 함께 하는 시간이 어느 날부터 불편해져만 갔다. 무렵 나는 지독한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 영원한 침묵 속에 잠들 것만 같았다. 




어떻게 보면 딱히 대단한 일 때문도 아니었다. 외도도 금전의 문제도 아니었다. 사소함으로 시작된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질 수도 있겠구나 싶을 만큼. 대체적으로 흔할 문제로 우리는 늘 시끄러웠다. 어쩌면 서로를 이해해 줄 만큼의 아량이 부족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시간을 내어 보던 미드의 시간이 지루해지고, 어쩌다 한잔 기울일 때 감정이 격해져 분을 참지 못하곤 했다. 육아에 지친 서로의 등을 토닥여 주다가도 자기의 희생을 몰라준다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높아진 목소리에 놀란 아이가 깨어 울 때 밀려오던 죄책감의 파고가 선명하다. 든든한 배우자도, 훌륭한 부모도 못되었다 우리는. 어쩌면 그때까지는 이 모든 것이 으레 껏 일종의 통과의례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이에 풀어야 할 묵은 과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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