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시 또 오지 않을 걸 알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나와의 여행.
6개월의 아르바이트 그리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떠난 첫 여행. 떨리고 뜨거웠다. 돈이 없어 여비 30만 원을 들고 간 여행에서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사 먹지 못해 민박집에서 기본 제공 되는 식사로 허기를 달래고, 물론 그 마저도 라면과 흰쌀밥 정도였지만. 그랬다 그땐. 바다를 건너 하늘을 가로질러 닿은 그곳에서 내가 끝내 좇았던 건 무엇이었을까. 스물네 살의 꿈. 사실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래서 이제 나는 어른일까. 아내 두 아이의 엄마, 딸, 며느리 나를 부를 숱하고 다양한 호칭들.. 서른을 훌쩍 넘겨 마흔에 도달할 때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에 우뚝 서있다. 많은 이들에게 잊혀버린 아니, 나 자신조차 기억 못 할 나의 봄. 그렇게 철없이 도착했다. 이곳, 내 자리에 말이다.
내일은 이삿날이다. 배편으로 우리의 흔적을 실어 나르기로 했다. 묵혀둔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이 스친다. 차곡차곡 아껴 모아둔다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쓸데없는 기억들도 참 많다. 어쩌면 그 기억들로 하여금 지금의 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따른다는 그 말이 새로이 와닿는다.
정해진 길은 없었다. 모든 일은 우연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사랑도, 우정도, 수많은 나의 인연들.
이사를 앞두고 심란한 마음이 자꾸만 삐쭉 거린다. 스물넷 그때의 내가 사무치게 그리운 오늘의 순간, 자리마저 쓸쓸한 거실 한 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이 집에 처음 왔던 날을 자꾸만 떠올린다.
나의 첫 집, 이곳에 나는 아직이다. 곧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많은 생각을 낳는다.
스물넷의 내게 그런 말을 남기고 싶다. 그렇게 부풀었던 그 마음 그대로 나는 떠난다고, 움켜쥐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이렇게 나는 간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