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4/10

영화를 통해 들여다본 세상

by 마지막 네오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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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상품이 된 생명과 그들의 여정


상현의 똥차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세 사람은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한 부부를 만나지만, 부부는 아이가 못생겼다, 혹시 강간에 의해 태어난 얘는 아니냐는 둥 흠을 잡으며 가격 흥정을 벌인다.

부부는 급기야 할부 얘기까지 꺼낸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소영은 결국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며 부부에게 속 시원하게 욕설을 퍼붓는다.

남자가 ‘무례하다’는 말을 하자 거기에 대고 퍼붓는 소영의 대사는 ‘무례함’과 ‘정중함’에 대한 최근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부부가 거래 조건을 말하는 이 장면은 아기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지 않고 무슨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본주의 경제관념의 노예가 되어 있는지 칼로 도려낸 듯 명확하면서도 아프게 보여준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그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은 그저 상품이다.

생명과 인권마저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되고 만다면 세상은 돈만 남고 사람은 사라진다. 그런 두려운 미래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그런 사람들이 아기를 입양해서 기를 자격이 있는 걸까?

이렇게 소영이 관여하는 바람에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구매자’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상현은 몹시 언짢다.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자 졸지에 세 사람은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신세가 된다. 일단 부산으로 돌아가기로 정하고, 일행은 돌아가는 길에 동수가 자랐다는 보육원에 들른다. 알고 보니 동수도 보육원을 거친 버려진 아이였다.

송새벽이 특별출연으로 보육원 원장으로 나오고 부인 역은 ‘응답하라 1988’의 김선영이 연기한다. 특이하지만 재미있고 다정한 느낌의 조합이다.

반갑게 맞이하는 원장과 원장부인, 그리고 많은 아이들. 아이들은 동수를 영웅처럼 좋아한다. 보육원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떠나기로 하면서, 상현, 동수, 소영 세 사람의 숨겨진 과거 이야기가 이어진다.

짧은 여정이지만 ‘남’에서 ‘아는 사이’로 발전한 이들은 마음 가득했던 외로움을 어느새 말이 아닌 무엇인가로 느끼면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렇게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처음에 경계했던 마음도 조금씩 열리게 된다.

용인하기 어려운 목적을 위해 시작된 여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서로에 대해서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숨겨왔던 자신들의 본질을 서로에게 내보이는 것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그래서 그저 ‘아는 사이’에서 조금 더 발전하여 ‘조금 가까운 사이’로 변해간다.


(#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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