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기록’의 세 가지 방향

'지금', '따뜻함', '기억'

by 투가든

‘국밥 기록’을 계획했는데 문제는 다음이었다.

‘뭘 기록하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일주일 이상 골몰했다.

‘하지 말 것’은 분명했다.


‘맛집 소개’나 ‘맛 평가’로 기록하지 말자.

맛집 소개 글은 너무 많다. 나까지 참여할 필요가 없다.

맛집 소개에 치우치면 여행 콘텐츠에 머물고 만다.

국물 심연에 담긴 삶의 의미를 놓칠 수 있다.


맛 평가할 전문성이 모자라다.

물론 혀 끝을 자극하는 직감적 맛이 가장 좋은 평가 지표일 수 있다.

하지만 평가는 평가다.

우열을 가려야 하고 비판의 잣대를 세워야 한다.


국밥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쏟는 노동의 의미를 떠올린다.

노동에 투영한 오늘의 노력과 내일의 희망을 평가하긴 싫다.

온전한 맛을 지키기 위해 흘린 땀과 마음을 응원하고 긍정적으로 기록하고 싶다.




긴 고민 끝에 세 가지 기록의 방향을 정했다.

‘지금’ ‘따뜻함’, ‘기억’이다.


<1> 지금


국밥을 먹는 ‘지금’을 기록하겠다.


일 년 연재로 진행하려 한다.

전국을 돌며 국밥을 먹고 그 지역과 가게, 국밥의 지금과 만나려 한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주요 지방을 두루 돌며 ‘지금의 지도’를 균형 있게 그리려 한다.


서서히 소멸하는 국밥의 시간과 존속하려 노력하는 시간을 동시에 포착하려 한다.

국밥이 주는 지금의 의미를 담고 싶다.

지금 내게 주는 유무형의 힘을 기억하고 싶다.

국밥을 먹을 때 다가오는 삶의 지혜를 기록하겠다.


<2> 따뜻함


국밥의 설렘 포인트는 따뜻함이다.


뚝배기를 두 손으로 감쌀 때, 육수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안경을 메울 때,

가게를 지키는 어르신이 손수 밥과 김치를 내어줄 때,

밥과 국물, 고기, 순대가 한데 얽힌 국밥을 크게 한 술 떠서 입안에 넣을 때,

‘따뜻함’은 온몸의 모세혈관을 지나 마음의 안정감과 만족감으로 닿는다.


궁극적으로 국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삶의 따뜻함으로 온다.

나 역시 국밥에서 얻은 따뜻함으로 오늘을 산다.

그 따뜻함이 잊히지 않도록 충실히 기록하겠다.


<3> 기억


국밥은 ‘기억’의 음식이다.


전쟁과 가난의 아픔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살아 내고자 했던 ‘분투’를 기억한다.

삶의 재건과 공동체 발전의 시간을 기억한다.

국밥에 쓰인 지역 식재료의 역사를 기억한다.


식재료를 키운 땅과 물, 공기의 시간을 기억한다.

사람이 드나든 시장과 거리와 세상의 풍경을 기억한다.

국밥을 함께 먹은 사람을 기억한다.


그 사람과 나눈 말과 감정을 기억한다.

사람이 쏟은 노동의 시간을 기억한다.

국밥 한 그릇에 스며든 기억을 열심히 끌어올려 기록하겠다.


다음 연재부터 지역을 돌며 만난 국밥의 기록을 전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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