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돼지국밥>(1) 국밥은 등으로 먹는 음식이다
부산 범어사에서 시작해 금정산을 올랐다. 정상 고당봉에서 잠시 쉬고 두실역 쪽으로 내려왔다.
역을 몇 미터 앞에 두고 발길을 세운 노포. 밀면과 돼지국밥을 함께 파는 집이었다.
맛집일 거라는 촉이 발동했다. 서둘러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했다.
눈에 꽂힌 후기.
‘금정구 1 티어가 아닐까.’
문 열고 들어가자 주방과 연결된 작은 문 사이로 할머니가 얼굴을 내미신다.
무언의 커뮤니케이션. 즉각 알아듣고는 섞어국밥 한 그릇을 시켰다.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신다.
대각선 테이블에 앉은 젊은 손님이 거친 소리를 내며 국밥을 들이켠다.
소리가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맛의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진다.
손님은 다 먹고는 직접 그릇 담긴 쟁반을 주방에 갖다 준다.
예의 같기도 하고, 과한 배려인 거 같기도 하고.
금방 이유를 알았다.
남편께서 국밥과 반찬을 갖다 주셨다.
등이 굽어 있다. 쟁반이 둔탁하게 놓인다.
할머니는 허리가 좋지 않아 보였다.
천천히 옮기는 걸음에서 삶과 가게를 지탱한 치열한 역사가 느껴졌다.
그 역사는 앞 테이블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중년 손님이 국밥과 소주를 번갈아 드시고 계셨다.
음식의 만족감을 '등'으로 말하고 있었다.
굽은 등을 활짝 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국밥은 ‘등’으로 먹는 음식임을 깨닫는다.
등이 굽어야 그릇에 코를 박고 국물과 정구지, 고기, 순대 등을 맹렬히 먹을 수 있다.
국밥을 먹는 행위는 등의 수축, 이완 운동의 반복이다.
가게의 오랜 역사를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굽은 등이 알려준다.
등을 굽은 채 재료를 실어 나르고 썰고 다듬었다.
등에 힘을 주고 쉼 없이 육수를 젓고 그릇에 펐다.
등을 굽혀 쟁반을 잡고, 등을 피며 쟁반을 들어 날랐다.
국밥을 만들고 담고 나르는 행위 역시 등의 수축, 이완 운동의 무한한 반복이다.
등을 기꺼이 굽혀야 먹고살 수 있다.
국밥을 만들거나 먹을 때도, 국밥을 판 돈으로 생계를 유지할 때도 등은 쉬지 않고 운동해야 한다.
세월의 중력은 서서히 노화하는 등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한다.
이를 버티게 하는 힘은 여전히 수직적인 삶의 의지다.
국물과 반찬에서 이를 느낀다.
국물은 너무나 깔끔, 담백했고 김치 특유의 감칠맛은 입 안을 거침없이 휘감았다.
내 등도 자연스레 더 낮은 곳을 향해 굽었다.
맛의 쾌감은 등과 머리를 활짝 피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등을 굽혀 노동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등에 힘이 남은 사람들이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국밥이 매개한 ‘등의 기억’은 삶의 기억으로 전환돼 대대로 전해진다.
기억이 잊히지 않길,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했다.
그래야 아직 먹지 못한 ‘밀면’을 맛볼 테니.
솔직히 국밥이 너무 맛있었다.
밀면도 분명 맛있을 것 같아 국물이 끝나는 순간까지, 밀면을 추가 주문할까 고민했다.
쟁반을 드리고 나오는 순간에도,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는 순간에도 밀면의 욕망 앞에서 계속 고민했다.
너무 배불러 포기했지만, 등을 곧게 피며 분명 조만간 밀면을 먹겠다 의지를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