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지 묻지 않는 이유

한켠의 열일곱 번째 시

by 멘토K


나는 종종, 왜 사는지 묻고 싶다가도

끝내 입을 닫는다.

묻는 순간, 대답이란 건

늘 같은 모양의 허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

휴대폰 속 읽히지 않은 메시지,

그 속에서 하루는 저절로 굴러가고

나는 그저 따라가며 숨을 고른다.


가끔은 지나가던 사람의 짧은 인사에서,

가끔은 낯선 이의 웃음에서

살아 있다는 흔적이 불쑥 다가와

나를 붙들어주곤 한다.


그러니 나는 묻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작은 무게를

그냥 견디고, 품고,

다시 내일을 내다본다.


왜 사냐는 물음 대신

살아 있는 지금의 숨소리가

이미 충분한 답이 되어주기에.


- 한켠의 시 -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7화야근 후 자판기 커피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