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후 자판기 커피 한 잔

한켠의 열 여섯번째 시

by 멘토K

사무실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복도 끝에 남은 형광등만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책상 위에 흩어진 메모와
답하지 못한 메일들이
오늘 하루의 무게를 증명하듯
여전히 눈을 쏘아댔지만,
나는 더 이상 마주할 기운조차 없었다.


자동문을 밀고 나온 밤의 공기는
몸에 묵은 피로를 차갑게 쓸어내렸고,
길게 늘어진 그림자와 함께
나는 자판기 앞에 멈춰 섰다.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
버튼을 누르는 작은 망설임,
그리고 종이컵에 천천히 차오르는
검은 액체의 뜨거움.
그 모든 과정이 마치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의식 같았다.


커피는 달지도, 쓰지도 않았지만
입안 가득 번지는 온기는
외로움과 고단함을 잠시 덮어주었다.
문득, 내 곁에 누군가 앉아
“수고했어” 한마디만 해주었다면
이 커피가 훨씬 더 따뜻했으리라.


그러나 결국 남은 건
자판기의 기계음과
밤바람에 흩날리는 종이컵뿐.


나는 그 빈 종이컵을 들여다보며
오늘의 고단한 시간을 삼켰다.
커피 한 모금의 온기로 버틴 이 밤이
내일을 향한 힘이 되길,
그렇게 나는 또 하루를 건넌다.




- 한켠의 시 -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6화월요일이 싫은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