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열 여덟번째 이야기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지역을 살리기 위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종종 충돌한다.
숲길을 열면 사람들이 찾아와 마을 경제는 살아나지만, 동시에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
반대로 보호를 위해 아예 닫아두면, 지역 주민은 생계의 기회를 잃는다.
결국 진짜 과제는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두 가지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순천만 습지는 이 균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순천만은 개발 압력으로 갈대밭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순천시는 ‘보존과 관광’을 동시에 선택했다.
탐방로를 데크 형태로 설치해 발길이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고, 입장료 일부를 생태 보존 기금으로 돌렸다.
동시에 생태해설사를 두어 관광객에게 단순히 풍경이 아니라 생태의 가치를 배우게 했다.
지금의 순천만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이자 보존 모범 사례로 꼽힌다.
관광과 보존의 균형이 만들어낸 결과다.
제주 곶자왈도 마찬가지다.
곶자왈은 독특한 숲 생태계를 가진 만큼 개발업자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지자체는 이곳을 ‘탐방형 관광지’로 전환했다.
무분별하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탐방 코스를 제한하고,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만 운영하게 했다.
사람들은 곶자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배우고 돌아가지만, 숲 자체는 보호된다.
이용과 보존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균형을 맞춘 사례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있다.
뉴질랜드의 테 우레웨라 국립공원은 원주민 마오리족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이들은 공원을 무조건 닫아두지 않는다.
일부 지역은 생태 보존 구역으로 두고, 나머지 구역은 마오리족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그 결과 공원은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 모두를 살려내며, 주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한다.
독일의 바이에른 주에서도 ‘치유의 숲(Healing Forest)’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다.
숲을 대규모 개발로 열어두지 않고, 제한된 구간을 산책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활용한다.
관광객은 숲의 일부를 경험하면서도, 숲 전체는 그대로 보호된다.
“부분적 활용, 전체적 보호”라는 접근은 관광과 보존을 조화시키는 실질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균형점은 결국 지역 주민의 태도와 운영 방식에서 나온다.
단순히 외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가진 가치를 지키면서 공유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보호만 강조하면 지역은 닫히고, 활용만 강조하면 자연은 사라진다.
하지만 ‘조금 덜 이용하고 조금 더 지키는 태도’로 나아갈 때, 관광은 지역을 오래 살리는 힘이 된다.
관광의 본질은 결국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황폐해진 자연이나 소모된 마을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자연이 잘 지켜지고,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체험을 했던 기억은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균형은 결국 관광지의 지속성을 만드는 힘이다.
보호와 활용은 반대말이 아니다.
잘 설계된 균형 속에서 두 단어는 서로를 완성한다.
지역의 숲과 습지가 지켜지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사람들은 배우고 쉬며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그것이야말로 로컬이 지닌 진짜 경쟁력이고, 생활인구를 늘리는 가장 지속가능한 길이다.
참고자료
순천시, 『순천만 국가정원·습지 생태관광 운영 보고서』 (2022)
제주관광공사, 『곶자왈 탐방 프로그램 운영 자료』 (2023)
Department of Conservation New Zealand, Te Urewera Visitor and Conservation Report (2021)
German National Tourist Board, Healing Forest Programs in Bavaria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