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스무번째 이야기
여행지를 걷다 보면 가장 깊이 마음에 남는 건 풍경보다 사람의 얼굴일 때가 많다.
산길을 함께 걸어주던 마을 해설사의 미소, 갓 수확한 감자를 내어주며 손에 쥐여주던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 마을 역사를 들려주던 이장의 진지한 목소리
결국 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붙잡아두는 건 사람이었다.
그래서 생태관광이 진짜 힘을 가지려면, 자연만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라남도 담양의 ‘대나무 생태마을’을 떠올려 보자.
이곳에서는 마을 주민이 직접 해설사로 나선다. 단순히 대나무숲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대나무는 예부터 우리 마을의 울타리였어요”라며 삶과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관광객은 대나무숲을 단순한 풍경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을의 삶과 역사를 함께 체험한다.
주민이 주인공이 될 때, 생태는 이야기가 되고 관광은 관계가 된다.
제주도의 농촌 마을들도 비슷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곶자왈 숲 탐방 프로그램에서는 숲 해설사가 대부분 지역 주민이다.
숲에 얽힌 전설, 나무와 돌담이 품은 시간을 주민의 언어로 듣는 순간, 여행자는 단순한 탐방객이 아니라 마을의 손님이 된다.
곶자왈을 지키는 마음과 체험을 연결하는 힘, 그것은 주민에게서 비롯된다.
해외에서도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는 생태관광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코스타리카의 몬테베르데 구름숲은 전 세계 생태관광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주민 협동조합이 관광 운영을 맡는다.
숲길을 안내하는 가이드도,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도 모두 마을 사람들이다.
관광 수익은 주민에게 돌아가고, 그 일부가 다시 숲 보존에 사용된다.
여행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곧 마을의 미래를 지탱하는 구조다.
케냐의 마사이마라 역시 주민 주도형 관광의 좋은 예다.
마사이족은 오랫동안 사파리 관광에서 주변인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자신들이 직접 투어를 운영하며 주체가 되었다.
관광객은 단순히 야생동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사이족의 생활 문화와 전통을 함께 경험한다.
지역 주민이 관광의 안내자이자 이야기꾼이 되는 순간, 여행은 훨씬 더 깊고 진정성 있는 경험이 된다.
이처럼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생태관광은 몇 가지 장점을 갖는다.
첫째, 지속가능성이다.
주민이 운영에 참여해야 수익이 지역으로 돌아오고, 보존 활동도 힘을 얻는다.
둘째, 진정성이다.
전문가의 설명보다 그 땅에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는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셋째, 관계성이다.
관광객과 주민이 교류할 때, 여행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만남과 교감이 된다.
물론 과제도 있다.
주민이 단순히 ‘인력’으로만 참여해서는 안 된다.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관광 수익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 역시 구조를 잘 설계하면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생태관광은 자연을 보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과 만나는 여행이다.
주민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그들의 삶이 관광의 일부가 될 때, 여행자는 그곳에서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생태관광의 경쟁력은 멋진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다.
- 멘토 K -
참고자료
담양군청, 『대나무 생태마을 운영 자료』 (2022)
제주관광공사, 『곶자왈 탐방 프로그램 운영 현황』 (2023)
Monteverde Conservation League, 『Community-based Ecotourism in Monteverde』 (2021)
Kenya Tourism Board, 『Maasai Mara Community-led Safari Progra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