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보기’에서 ‘하기’로 전환하는 체험 설계

『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스물 한번째 이야기

by 멘토K


여행의 본질은 무엇일까?

먼 길을 달려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여행객들은 단순한 ‘보기’에서 더 나아가 ‘하기’를 원한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손을 쓰고, 마음을 얹어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는 순간에 여행은 훨씬 더 깊어지고 오래 남는다.


전라남도 보성의 차밭은 오랫동안 ‘초록 물결’이라는 풍경으로만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 보성은 차를 직접 따고 덖는 체험을 제공한다.


관광객은 그 과정에서 차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직접 만든 차를 마시며 그 맛을 느낀다.


단순히 멀리서 보는 풍경은 기억 속에 희미해지지만, 직접 차잎을 만져보고 손끝에서 피어나는 향을 맡은 경험은 오래 남는다.


‘보기’에서 ‘하기’로 전환된 순간이다.


제주도의 감귤 체험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단순히 농장의 풍경을 보고 사진만 찍고 갔다면, 이제는 직접 감귤을 따서 바구니에 담고, 농부의 설명을 들으며 맛을 보는 프로그램이 일반화됐다.


그 결과 관광객은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농장의 ‘하루 일손’이 된다.


이 체험은 제주 감귤을 단순 상품이 아닌 ‘이야기와 경험의 매개체’로 만든다.


해외 사례도 흥미롭다.

일본 나가노현의 ‘포레스트 테라피’ 프로그램은 숲을 걷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참가자는 숲 속에서 명상하기, 나뭇잎을 활용한 작은 공예품 만들기, 지역 농산물로 간단한 요리 체험을 하며 숲과 더 깊게 교감한다.


단순히 숲의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숲 속에서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을 통해 그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또 다른 좋은 예시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마을이다.


한때는 알프스의 장엄한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관광객을 끌어들였지만, 지금은 하이킹, 치즈 만들기, 알프스 허브로 차를 끓여 마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결과, 알프스는 ‘웅장한 풍경을 보는 곳’에서 ‘삶을 체험하는 곳’으로 변신했다.


체험 설계에서 중요한 건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아이들이 직접 새집을 만들어 숲에 걸어두는 활동,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워 공예품을 만드는 시간, 농장에서 채소를 수확해 간단한 샐러드를 함께 먹는 경험. 이런 소소한 참여가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다.


‘보기’에서 ‘하기’로의 전환은 관광객을 소비자에서 참여자로 바꾸는 힘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지역은 단순히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함께 살아보는 곳’이 된다.


체험의 순간은 여행자의 손끝에 머물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결국 머무는 힘은 눈에 담는 풍경보다 손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설계해야 할 것은 화려한 전시가 아니라, 작지만 직접적인 체험이다.


그 작은 경험이 여행을 다시 불러들이고, 생활인구를 늘리는 힘으로 이어진다.


- 멘토 K -


참고자료


보성군청, 『보성 녹차밭 체험 프로그램 안내』 (2022)

제주관광공사, 『감귤 체험 관광 운영 현황』 (2023)

Nagano Prefecture Tourism, 『Forest Therapy Program』 (2021)

Austrian National Tourist Office, 『Alps Village Experience Program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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