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스물 두번째 이야기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지역의 자연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손끝으로 빚어낸 기술이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일상이지만, 외부인의 눈에는 신비롭고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 주민의 기술은 단순한 생업을 넘어 하나의 체험 상품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역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전라남도 강진의 청자 마을을 떠올려 보자.
이곳 주민들은 오랜 세월 도자기를 만들어왔다.
예전에는 완성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청자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광객이 직접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리며 작은 잔이나 접시를 빚어본다.
그 과정에서 장인은 기술을 전수하는 선생님이 되고, 관광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제자의 입장이 된다.
완성된 도자기를 가져가는 순간, 그 여행은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담은 선물이 된다.
제주에서도 주민의 기술은 관광의 자원이 된다. 농촌 마을에서는 감귤 따기만이 아니라, 감귤청을 담그고 감귤 껍질로 천연 방향제를 만드는 체험을 제공한다.
오랜 생활 지혜였던 기술이 관광객에게는 새롭고 즐거운 활동으로 다가온다.
주민은 평범한 일상을 나누었을 뿐인데, 그것이 상품이 되고, 지역의 브랜드가 된다.
해외 사례도 많다.
일본 기후현의 전통 마을 ‘시라카와고’에서는 초가집 지붕을 엮는 기술이 관광 콘텐츠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직접 짚을 묶고 지붕을 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손끝으로 이어진 기술이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살아 있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에서는 와인을 만드는 기술이 체험 상품으로 변신했다.
포도를 따고, 발효 과정을 배우고, 작은 와이너리에서 직접 병에 와인을 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와이너리는 단순한 생산지가 아니라, 여행자가 ‘참여하는 농장’이 된다.
사람들은 와인을 맛본 기억보다, 와인을 직접 만들어본 기억을 오래 간직한다.
주민의 기술이 체험 상품이 될 때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체험은 금세 한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주민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삶의 이야기가 함께할 때, 체험은 깊은 울림을 준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산촌 마을에서 장작불에 두부를 만드는 체험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산골의 삶과 지혜를 배우는 순간이 된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지속가능성’이다.
관광객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기술이 소모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민의 기술을 존중하면서도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체험은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때 오래 이어질 수 있다.
관광은 결국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풍경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사람과 기술은 시간이 흘러도 그 지역만의 고유한 빛을 발한다.
마을의 할머니가 손으로 엮어주는 바구니, 장인이 흙을 만지며 들려주는 이야기, 농부가 손수 빚어내는 발효 음식. 이런 것들이야말로 여행자가 오래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되는 힘이다.
머무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손끝에서 이어진 기술은 관광을 경험으로, 경험을 추억으로, 추억을 다시 방문으로 이끈다.
주민이 곧 브랜드가 되는 순간, 그 마을은 더 이상 작은 시골이 아니라, 누구나 찾고 싶은 체험의 무대가 된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