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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Z세대는 왜 지하도상점가를 외면하는가?

『지하도상점가, 변신의 조건』 열 번째 글

by 멘토K


서울의 한 지하도상가를 걸으며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다.


출근길 직장인, 외국인 관광객, 중장년층 고객이 간간이 발걸음을 멈추는데, 유독 20~30대 젊은 층의 모습은 드물었다.


왜일까?

하루 수만 명이 지나다니는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MZ세대는 지하도상가를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단순 통로로만 이용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세대 취향이 다르다’는 수준을 넘어, 지하도상가의 본질적 구조와 문화적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첫째, 공간 이미지의 낡음이다.

MZ세대는 공간의 감각을 중시한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수 있는 분위기, 머무르는 순간 자체가 경험이 되는 공간을 선호한다.


그러나 지하도상가는 비슷비슷한 점포 외관, 어두운 조명, 노후한 시설, 불규칙한 간판들로 인해 ‘인스타그래머블’하지 못하다.


성수동이나 연남동, 망원동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소비가 아니라 공간 경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지하는 이 기준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둘째, 상품과 트렌드의 괴리다.

지하도상가의 주력 상품은 여전히 저가 의류, 액세서리, 잡화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영역에서 이미 온라인 쇼핑몰이 절대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무신사, 에이블리 같은 더 빠르고 다양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MZ세대는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답답한 지하로 내려가 쇼핑할 이유가 없다.


셋째, 경험 요소의 부족이다.

MZ세대는 물건 구매보다 ‘경험 소비’를 선호한다.


팝업스토어, 브랜드 전시, 체험형 콘텐츠에 지갑을 연다.


그러나 지하도상가는 점포 나열에 그쳐, 머무르는 동안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


최근 홍대의 한 팝업스토어에서는 한정판 굿즈와 인터랙티브 아트 전시를 결합해 MZ세대가 줄을 서서 입장했다.


반면 지하도상가는 여전히 단순한 판매 공간에 머물러, 젊은 세대에게 ‘올 이유’를 주지 못한다.


넷째, 문화적 감수성과 맞지 않는 서비스다. MZ세대는 친절한 응대보다 ‘자율적이고 편안한 경험’을 중시한다.


디지털 결제, 간편한 환불, 온라인 후기와의 연계 같은 서비스가 당연한 시대다.


그러나 많은 지하도상가 매장은 현금 위주, 수동적 판매 방식에 머물러 있다.


어느 20대 소비자가 “이곳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을 때, 그 표현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평가였다.


다섯째, 도시 교통 구조 변화의 영향이다. 과거에는 차량 중심 도시 체계에서 지하도가 보행자의 필수 동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도시는 횡단보도를 늘리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면서 지상이 더 쾌적해졌다.


깨끗한 거리와 가로수, 카페와 매장이 어우러진 지상 공간은 MZ세대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반대로 지하는 단절되고 답답한 공간으로 남아, 젊은 층의 ‘자발적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여섯째, 브랜드 스토리의 부재다.

MZ세대는 브랜드의 철학, 가치, 스토리에 반응한다.


친환경, 로컬리티, 사회적 가치 같은 키워드가 구매 동기를 자극한다.


하지만 지하도상가 점포들은 개별적이고 파편화되어 있어, 집합적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지 못한다.


개별 상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그냥 싼 물건 파는 곳’이라는 인식에 갇힌다.


실제 사례로, 명동 지하도상가에서 인터뷰한 한 20대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그냥 엄마 세대가 다니던 곳 같아요. 트렌디하지 않고, 들어오면 빨리 나가고 싶어요.”


반면 같은 날 성수동의 한 편집숍에서는 MZ세대 소비자들이 매장 안에서 사진을 찍고, 굿즈를 고르고,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같은 소비 행위라도 ‘즐기는 경험’이 되느냐, ‘불편한 구매’로 끝나느냐의 차이는 크다.


정리하자면, MZ세대가 지하도상가를 외면하는 이유는 낡은 공간 이미지, 상품과 트렌드의 괴리, 경험 요소 부족, 서비스의 시대착오, 교통 구조 변화, 브랜드 스토리 부재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세대가 변덕스럽다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는데, 지하도상가는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지하도상가가 다시 젊은 세대의 선택지가 되려면, 단순한 리모델링 이상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간을 경험 콘텐츠로 전환하고,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며, 로컬리티와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싸서 간다”가 아니라 “가보고 싶다”는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MZ세대의 외면은 곧 지하도상가의 위기지만, 동시에 변신의 방향을 명확히 가리키는 지표다.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생존은 어렵다.


그러나 그들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반영한다면, 지하도상가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세대와 연결될 수 있다.


- 멘토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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