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무표정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 한켠』의 다섯번째 시

by 멘토K


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은
익숙한 듯 낯설었다.


눈썹 사이엔 깊어진 주름,
입술은 말이 닿지 않는 선처럼 굳어 있었고,
볼은 감정이 스쳐 지나가지 못한 채
그저 기능처럼 붙어 있었다.


내 옆의 사람도,
건너편에 앉은 사람도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얼굴,
느낌 없이 반복되는 하루의 마스크


출근길은
감정을 내려놓고 걷는 시간이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은 얼굴로
무사히 도착하는 게 목표인 시간


그저 사람들 틈에 섞여
회사라는 목적지를 향해
기계처럼 움직이는 발걸음.
출근길은 늘 그런 식이다.


나는 매일 이 무표정을 입는다.
회사 앞 신호등을 건널 때까지
아무 표정 없이, 아무 말 없이
생각조차 멈춘 사람처럼


그런데 가끔,
이 무표정이 내 진짜 얼굴일까
불현듯 두려워질 때가 있다.


나는 아직 웃을 수 있는 사람인가.
무표정 뒤에,
정말 내가 존재하는가.


오늘 아침도 나는
감정을 접어 넣은 얼굴로
그저 목적지까지
조용히 걸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지 않는 한,
이 표정은
하루 종일 꺼내지 않을 것이다.


- 한켠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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