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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60이후 인간 관계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

『나이 60,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열 번째 글

by 멘토K


젊을 땐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모임이 있으면 빠지지 않았고, 누군가의 부탁을 받으면 거절을 잘 못했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 곧 기회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깨달았다.


관계는 많다고 풍요로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얽히고 쌓인 관계가 마음을 지치게 만들 때가 더 많았다.


이제는 인간관계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제는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보다 ‘누구와 거리를 둘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예전엔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늘 신경 썼다. 불편한 자리도 억지로 나갔고,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될 대화에 힘을 쏟았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음이 맞지 않는데 억지로 이어가려 했던 관계일수록 결국 상처만 남았다.


이제는 안다. 관계를 줄이는 건 단절이 아니라, 내 삶을 가볍게 하는 선택이다.


컨설턴트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지금도 인연이 이어지는 분들도 있고,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람들도 있다.


예전엔 그런 이별이 늘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때 필요한 인연은 그 시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안다.


인연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이 진심이었는지가 중요하다.


요즘은 연락처를 정리하는 일도 자주 한다. 오랜만에 연락이 와도 예전처럼 급히 달려가지 않는다.


대신 진심으로 보고 싶은 사람,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에게 시간을 쓴다.


관계도 결국 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에너지가 한정된 만큼,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보다 나를 채워주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이 변화는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사람 속에서 부딪히며 배운 결과다.


진짜 관계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이어진다. 말이 없어도 마음이 닿는 관계,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응원할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 몇 개면 충분하다.


AI를 배우며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전 같으면 ‘이젠 젊은 사람들 세상인가’ 하는 두려움이 앞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낯선 기술이 두렵기보다는, 그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새로운 연결이 설렘으로 다가왔다.


억지로 관계를 확장하기보다, 진심이 통하는 몇 사람과의 깊은 대화가 더 값지게 느껴졌다.


요즘 나는 사람을 만나도 목적 없이 대화하려 한다.


“이걸 통해 뭘 얻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따뜻한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관계에서도 배우는 중이다.


인간관계의 다이어트는 관계를 끊어내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의 자리를 정리하는 일이다.


불필요한 관계를 줄이고 나니 남은 사람들의 얼굴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그들과의 시간은 더 깊어지고, 대화는 더 진심에 가까워졌다.


이제는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보다, 나를 회복시키는 관계를 택하고 싶다.


나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관계, 함께 있으면 웃을 수 있는 관계, 굳이 꾸미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 예전엔 몰랐지만, 그것이야말로 인생 후반의 진짜 관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에서 이렇게 정리한다.

“사람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진심을 남기는 것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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