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감정 폭발을 다루는 대응 기술

『知彼者 心安也』 스물아홉 번째 글

by 멘토K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회의실에서, 전화기 너머에서, 식탁 위에서, 혹은 단체 채팅방 한복판에서.

평소와 다르지 않던 공기가 어느 순간 뾰족해지고, 말의 온도가 갑자기 올라간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높이고, 누군가는 얼굴이 굳는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반응할까.’


감정 폭발은 대부분 사건 자체보다 누적에서 비롯된다. 그날의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 이전에 쌓여 있던 무시, 피로, 억울함,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각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다.

그래서 그 폭발은 종종 맥락을 벗어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과하다고 느껴지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참고 참다 나온 것”이 된다. 이 엇갈림이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든다.


현장에서 자주 관찰되는 장면이 있다. 감정이 격해진 상대에게 논리로 대응하는 경우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규칙을 이야기하고, 지금 그 말은 과하다고 지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순서가 어긋난다. 감정이 이미 올라간 상태에서는 논리가 귀에 닿지 않는다.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된다. 상대는 더 크게 반응하고, 대화는 싸움으로 변한다.


감정 폭발을 다루는 첫 번째 기술은 ‘이해하는 척’이 아니라 ‘멈춰 서는 것’이다.

말로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상황을 잠시 정지시키는 태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침묵이 도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응을 줄이되, 관계를 끊지 않는 선을 유지하는 것.

“지금은 감정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는 정도의 짧은 언급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상대는 그 말 속에서 자신이 무시당하지는 않았다는 신호를 받는다.


두 번째는 감정을 정리해주려 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같은 말을 무심코 던진다. 하지만 이 말들은 감정을 낮추는 말이 아니라, 감정을 부정하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폭발한 감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맥락의 문제다. 대응 기술이란 상대의 감정을 대신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설명할 공간을 남겨주는 것이다.


세 번째는 거리 조절이다.

감정이 폭발하는 사람과 가까이 붙어 있을수록 대응은 어려워진다.

물리적 거리든, 대화의 밀도든 한 발 물러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이때 물러섬은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관계를 오래 끌고 가기 위한 기술에 가깝다. 즉각적인 승부를 포기하는 대신, 감정이 가라앉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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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감정 폭발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그 감정을 다루는 기술에는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감정에 휘말리는 경험이 잦을수록, 타인의 감정도 통제하려 든다. 그러나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관리란 없애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방향을 만드는 일이다.


관계에서 감정 폭발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다만 그 폭발 이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관계의 방향은 달라진다. 어떤 관계는 그 한 번의 폭발로 끝나고, 어떤 관계는 오히려 그 이후에 더 단단해진다. 차이는 대응 기술에 있다. 상대의 감정을 받아 적는 태도, 바로 반응하지 않는 여유, 그리고 모든 말을 그 순간에 해결하려 하지 않는 판단.


知彼者 心安也


상대를 안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감정 앞에서 내가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지를 아는 일에 가깝다. 감정 폭발을 만났을 때 나를 지키는 법을 아는 사람은, 관계에서도 오래 버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마음은 상대의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 그 느린 한 박자가, 관계를 살린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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