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彼者 心安也』 서른 번째 글
관계는 한 번의 상처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관계는 크고 작은 균열을 전제로 유지된다. 말 한마디가 오래 남고, 의도가 왜곡된 채 전달되고, 그날의 컨디션이 관계의 온도를 바꾸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어떤 관계는 조용히 멀어진다. 이 차이를 가르는 요소를 들여다보면 ‘좋은 사람인가’보다는 ‘회복이 가능한 구조인가’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인간관계를 성격이나 궁합의 문제로 설명한다.
잘 맞는다, 안 맞는다, 편하다, 불편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오래 유지되는 관계를 관찰해보면, 잘 맞아서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부딪힘 이후에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관계의 수명을 좌우한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관계는 상처가 없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 이후의 태도가 다르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관계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갈등이 생기면 즉시 의미를 부여한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이 관계는 여기까지다” 같은 판단이 빠르게 내려진다. 감정이 정리되기 전에 결론부터 정해버리는 방식이다. 이런 관계는 작은 오해에도 쉽게 부러진다. 한 번 틀어지면 되돌아오는 경로가 없다.
반대로 회복탄력성이 있는 관계는 갈등을 사건으로 다룬다.
사람 전체를 규정하지 않고, 특정 상황으로 한정한다. 불편한 감정이 생겨도 바로 정리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바라본다. 말이 지나갔는지, 맥락이 있었는지, 서로의 상태가 어땠는지를 천천히 복기한다. 이 과정은 감정 노동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여유가 관계를 살린다.
흥미로운 점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반대로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관계에서는 말이 조심스러워지고, 결국 쌓인 감정이 한 번에 터진다. 그 폭발이 관계를 끝낸다.
관계 회복의 핵심은 ‘다시 예전처럼’이 아니다.
이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전보다 한 단계 다른 관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균열을 통과한 관계로 재정렬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조건이 필요하다. 사과가 아니라 태도, 설명이 아니라 반복되지 않는 선택이다.
일상 속에서 이런 장면은 자주 보인다.
한 번 실망한 뒤에도 계속 만나는 사이가 있다. 완전히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끊어지지도 않는다. 이 애매한 구간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관계의 대부분은 이 중간 지대에서 유지된다. 선명한 화해도, 극적인 단절도 없이, 조금 달라진 거리에서 이어진다. 회복탄력성이란 바로 이 애매함을 견디는 힘이다.
중요한 점은 모든 관계를 회복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참고 버티는 기술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무너지는 관계, 존중이 회복되지 않는 관계까지 끌고 가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회복 가능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준이 없을 때, 사람은 불필요한 상처를 반복한다.
관계의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성향이라기보다, 경험을 통해 다듬어지는 감각에 가깝다.
몇 번의 실패, 몇 번의 후회를 거치며 형성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방식이 달라진다. 모든 관계에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고, 회복이 가능한 관계에만 시간을 남긴다. 이 선택이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상대를 안다는 것은 상대를 완벽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다.
이 관계가 흔들렸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그 길을 다시 걸을 의지가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관계에도 탄성이 있다. 잘 늘어났다 돌아오는 관계는 오래 간다. 단단해서 부러지는 관계보다, 조금 휘어졌다가 제자리를 찾는 관계가 삶을 덜 소모시킨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