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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범 Apr 21. 2024

DAY2 : siPpin NYC

총을 든 그녀와 보조 배터리


 뉴욕의 첫맛은 지독하게 고소한 청국장이었다. “매일밤 죽고 다음 날 새로 태어난다”는 ‘간디’(Mahatma Gandhi)는 진짜였다. 전략적인 숙면이 개운한 06:00 AM 기상을 가능케 해 준 덕에 여유로운 준비 후 밖을 나섰다. 정신없던 전날과는 사뭇 다른 뉴욕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 처량한 노숙자들과 풍겨오는 악취, 소변 찌든 내, 진동하는 마리화나 냄새에 익숙해지는 순간, 전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엔틱(antique)과 모던(modern)이 뉴욕에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네온사인 간판의 따듯하고 빈티지한 피자집이 금속과 유리의 콧대 높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현대식 건물과 어울렸다. 오랜 번영의 시간 동안 지켜왔던 ‘보존’의 대한 깊은 고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나를 시각적으로 압도했다.

©️2024

 이 세상 출근길이 아니다. 이른 아침 각자의 전쟁터로 나서는 뉴요커들에겐 노숙자들이 함께 한다. 성과주의, 재정긴축의 정 없는 시스템으로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 미국 사회라고 들었다. 짓궂게 말하자면, 매일 눈에 밟히는 노숙자라는 절망이 절대 자신에게 일어나진 않을 거란 보장은 없어서, 그렇게 차갑고 또 냉소적인 표정으로 출근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친숙한 한국의 파리바게트가 보인 덕분에 어딘가 긴장했던 몸이 풀렸다.


 지상 최고의 치킨 샌드위치라던 칙필에이(Chick-fill-A).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쉽다! 아침메뉴 시간 때문에 치킨 비스킷 정도만 맛볼 수 있었는데 사실 내가 궁금했던 건 모두가 극찬했던 소스들이었다. 이건 웬만큼 색깔이 없지 않다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뉴욕을 나타낸다고 해야 할까, 지나가던 사람의 이목을 끌기 충분히 넘치는 자극적인 짠맛과 어딘가 달콤하면서 시기도(sour)한 맛이 기억에 남는다. 여분을 더 요청할 수 있다던데 못한 것이 아쉬울 만큼 남는다. 또 하나 기억의 남는 건 가격! 비스킷과 콜라에 8.43$를 지불하면서 다소 높은 물가를 체감했다요.


William Cullen Bryant Park ©️2024. near1ybroke.

 자연을 사랑하는 도시이다. 여행을 조금이라도 계획하면서 나를 설레게 했던 장소, 브라이언트 파크(William Cullen Bryant Park). 유튜브 영상에서 스치듯 본 이 공원에는 어딘가 특별함이 있었다. 이 바빠서 죽어나가는 도시에서 평온하게 잔디 위에 누워 휴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상상해 본 뉴욕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상이 깊었다. 하지만 이 날은 하필 땅이 흠뻑 젖어 진흙 때문에 잔디밭 입장 불가!! 난 무엇보다 꼭 이 잔디에 대자로 드러눕고 싶었는데요.. 모두가 출근할 때 나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걸 누군가 부러워하는 것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도 브라이언트 파크는 꼭 가봐야 할 공원임은 틀림없다. 모든 것에서 도망쳐 숨어있을 수 있는 웅장한 센트럴파크(Central Park)와는 다르다. 벤치에 앉아 높이 솟은 빌딩들에 비친 햇빛을 받으며 따사롭게 시간을 때우다 어느 순간 한눈에 들어오는 건! 채도 높인 푸르른 잔디와 나무들 아래 저마다 얘기에 진심인 사람들, 그리고 이것들을 에워싼 건물들이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광고나 프로모션들에 감흥 없이 사용되어 온 ‘힐링받다’는 표현에 거부감이 있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진심으로 내가 받고 싶었던 ‘힐링’이 있었다. [ Tony Bennet-New York state of mind]를 들으며 허송세월 있다 보면 분명 온전한 평화를 느낄 것이다.

NY PBL LIBRY ©️2024. near1ybroke.

바로 옆에 있는 뉴욕 공립 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은 꼭 들러야 한다. 공공화장실의 선입견을 지워버리는 어마무시하게 깨끗한 화장실 하나 때문이라도.


굴(Oyster)의 도시 뉴욕? 나도 아무 계획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주로 식사계획이지만. 백종원 님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의 뉴욕 편이 이 계획에 한몫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이스터바이다. 왜냐면 뉴욕굴에 재밌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인데, 삼면이 바다인 해안도시로서 한 때는 전 세계의 50%의 굴이 공급될 정도로 엄청났지만 공장 폐수 해안방류와 인구가 급증하며 급속도로 오염된 바다로 굴이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근데 굴 하나가 189리터의 물을 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는 몰랐다.


그렇게 뉴욕은 바다를 다시 살리기 위해 14년부터 10억 개의 굴 프로젝트(BOP : Billion Oyster Project)를 이어가고 있다고.. 이런 흥미로운 사실을 가진 뉴욕굴을 맛보지 않을 수 없겠죠?

Oyster Bar

이름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 아래에 있는 오이스터바[Oyster Bar]. 꾸밈없이 이름 그대로다. 예약 없이 워크인 해 '테이블 뽈리 완 풀리즈?'(Table for one please?)로 돌진하니 바 자리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최대한 백종원 님이 이 앉았을 것 같은 의자 위치에 앉아 팔짱을 껴보았다. 조보아 씨는 내려오지 않아도 될 만큼의 깨끗한 바 테이블. 사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영상에 나왔던 흑인 할아버지 직원을 이유 모르게 꼭 만나고 싶었은데 시니컬하면서 음식에 프로페셔널한 사람 같았던 이미지가 실제로도 똑같았다. 계산할 때 팁을 많이 드리니 그제야 웃음을 보여주셨지만 말이지.


주문은 뉴욕의 여러 동네에서 온 굴들 중 낱개 피스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고 8피스를 서버님께 추천받았다. 새삼 통영석화가 메뉴에 안 보이는 것이, 얘네.. 굴을 잘 모르는 듯 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약속된 8개의 굴벤져스 등장! 식초와 핫소스가 같이 나왔는데 익숙한 그 소스는 안 보인다 흠.. 그래 너네가 초장 맛을 알겠냐만은? 한 번 한국에 와라 이 미국 놈들아. 굴보다 중요한 게 초장맛이라는 걸 알려줄게라는 생각을 하며 퀸즈컵(Queezcup) 산 오이스터를 하나 먹었다. 살짝 레몬즙이 뿌려져 비린내는 사라지고 녹진한 달콤함만을 남긴 맛이 찰나의 순간 느껴진 후 원래 알던 생굴의 맛이 났다.


여러분- 뉴욕굴은 한국굴과 신기하게 맛이 다르답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다르네요 조심하세요!!! 아뿔싸 아하- 오직 목적의식에 젖어 달려온 나이기에 가격을 먼저 체크할 정신도 없었구나. 그렇게 팁까지 포함한 굴 8개에 55$를 지불하고 나왔다. 둘이 간대도 8개만 먹으면 될 듯하다. 흑인 할아버지 직원에게는 유튜브로 본인이 나온 영상을 보여주고 멋있다고 칭찬해 줬다. 팁과 칭찬의 조합은 미국에선 무적이다.


 여담으로 팁은 현금으로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카드 결제 시에도 문제없으며 과정은 이렇다. 체크아웃을 요청하면 서버가 음식값과 그 밑에 팁 비율을 선택할 수 있는 빌(bill) 지를 가져다주고 고객이 팁을 포함한 최종 계산금액을 적어 사인해 카드와 함께 다시 서버에게 되돌려 주면 결제완료이다. 참 쉬운 게 없다 미국 너? 기억에 8%,15%,24%의 팁률이었던 것 같은데 대체적으로 여행의 즐거움에 마음이 너그러운 관광객들의 식당이라면 서버들.. 진짜 많이 벌겠다. 정말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느끼게 해 준 식당 서버에게는 많이 주면 세상 온화한 미소로 화답해 주는데 나는 참고로 ‘올 마럽투유 큐트 베이비이’(All my love to you cute babe)까지 들어봤다 훗 쫌 귀엽지 나란 놈. 친구들이 서양권에서는 좀 먹어줄 것이라고 하더니만 하하!


내용 모를 시위현장(테러 언급과 무관한 사진)

 엇..! 저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이 여행의 전반적인 비용은 모두 부모님이 내주신만큼 장난으로 흘린 말일지언정 별 것 아닐 그 부탁을 꼭 들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국제연합본부(UN Headquarters)에 가서 사진을 찍어오라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해 냈다.


날도 좋고 폰 배터리도 충분했기에 꽤나 먼 길이지만 안심했다, 총을 가진 그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


문제는 마침 가려던 건물에서 예정돼있던 UN총회에서 비롯된다. 사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따라 장총과 기관총까지 들고 경계하는 경찰들 그리고 무거운 길거리 시위에서 위험을 감지했어야 했는데.. 날이 좋아서 그저 향했다 너한테, UN본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각국 정상들이 모일텐데 테러가 잦은 이 나라에서 가만있을 리가 없지. 나는 이런 영문도 모르고 가려던 길 족족 제지당했다. 너무 답답해서 가로막던 경찰에게 꼭 UN본부에 가야 한다고 했더니 그쪽에서 처음에는 이유 없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나는 이때까지 UN총회가 열리는지 모르고 있었어서ㅋㅋ) 통행 제지선을 두고 앞에서 뭔가 요구하는 기자들과 함께 엉기다 보니 경찰이 ’왜 가야 하는데’라고 물어왔다. 아버지의 부탁이라고 말하기엔 어딘가 생뚱맞은 거 같아 머뭇거리며 ‘싸잇트씨잉(sightseeing)!?’ 랬더니 어디서 나의 수상함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여권 제시를 요청받았다.


근데 나는 여권을 안 들고 있었다_0o0..!!


산 넘어 산이다.

면세품목을 살 것도 아니었고 어떤 문제에 휘말릴 일이 있겠나 해서 말이다.


그때부터 경찰과의 분위기가 정말 무섭도록 묘했다...... 통상 ‘어디서 왔냐’는 질문은 관심과 호의를 담은 경우로만 들어봤지 그렇게 경계심 가득하게 싸늘한 쌉정색 ver. 의 '웨알유쁘람'은 처음 들어봤다. 몇 가지 질문과 폰에 여권 스캔 사본을 찾아 가까스로 신원확인이 되어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다.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보자면 화두는 국내외 공권력 비교가 아님이 틀림없다. 어디, 언제든 감당 가능한 사이즈를 보고 까불어야 한다,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아주 많이 반성한다. 테러범죄에 예민한 국가에서 개최하는 중대한 행사를 위해 바쁘고 정신없이 삼엄하게 경계해야 하는 경찰일 텐데 내가 괜히 힘을 빼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새삼, 한국의 조경이 참 아름답구나. 여행 계획은 짜기 싫고 유튜브는 꽤봤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다는 건축가 유현준 님의 유튜브. 건물로 이뤄진 나라인만큼 역사와 현재까지 이분의 전문영역이 아닐까 싶다. 영상에서 보던 빌딩숲은 뉴욕 주(State) 뉴욕시에 실재했다. 철강왕이 만들어낸 크롬 빛의 모노크롬은 뒷 목이 아릴 정도로 올려다봐야 할 높이로 인간을 압도한다. 어느 스트리트인지부터 모르게 내가 걷던 도보에는 새까만 그림자가 스며들어 그렇게 나를 에워싸며 숨통을 조이던 건물들이었다. 시원하다 못해 차갑게 시린 이 도시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 푸른 하늘을 애써 찾았다. 고개를 직각으로 꺾어 들면 보게 될 이 새파랗고 맑은 하늘, 뉴욕의 어느 스트리트에서부턴 매우 귀하고 소중하다.

빽빽하게 거리를 채운 자본주의의 욕심과 야망은 한국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새삼 한국의 조경은 참 아름답구나.


 뉴욕의 머니 플로우(Money FLOW)는 어딜까? 세계 부자동네 중 하나라는 뉴욕 맨해튼의 소비는 어디서 가장 많이 발생할지가 은근히 궁금했다. 증권가 월스트리트와 명품거리라고 일컫는 5번가(5th Avenue)) 아닐까라고 지레짐작하며 왔는데 이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맞는 것 같다. 현재 구글에 이 거리의 재화적 가치 관련 검색을 해봐도 한눈에 보이는 04년도와 24도 기사내용의 간극은 없다. 2004년엔 가장 높은 임대료를 가진 동네, 24년엔 세계 부자 1위가 된 회장의 럭셔리패션 그룹 LVMH에서 건물을 매입한다는 각각의 기사 내용이다. 20년 동안 굳건하구나?

New YorkFifth Avenue ©️2024. near1ybroke.

또한 오클리, 나이키나 유니클로 같은 스포츠,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도 입성되어 있는데 이 상품들이 명품으로 이름을 드높인 거리에서 같이 판매되고 있다는 게 주관적으론 재미있었다. 요즘 서민들이 그만큼 럭셔리함에 대한 허상이 줄었거나, 요즘 부자들이 그만큼 실용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쓰고 나니 사실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런 점은 참 재미있다. 당시에는 그렇지 않다가 돌아오고 나서야 보이고 생각나는, 이것들이 재미있다.


 명품이 눈에 잘 안 들어왔던 명품거리이다.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큰돈을 들여 구매하는 고 가치 상품이 내포한 부적 명예의 상징이다. [경제적 자유]를! 다시 말해 이런 [허무맹랑한 허상]을! 좇느라 고통받는 나에게 이런 반짝이는 것들을 쳐다보고 있자면... 악의 유혹에 쉽사리 빠지는 접점과 맞닿아 있다고 넌지시 생각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런 LVMH, 리치몬드그룹을 포함한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즐비했지만 나에게는 무언가 모르게 시선이 끌리지 않았다. 가령 픽션에 나오는 7대 악마 탐욕을 담당하는 '마몬'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왜일까 난 이렇게도 탐욕스러운 인간인데?... 그때 어디선가 느껴지는 이 성령충만감, HOLLY!!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5th ©️2024. near1ybroke.
©️2024. near1ybroke.

뒷트임도 하지 않은 나의 주변시로 언젠지도 모르게 새어 들어오고 있던 이 신성한 빛, 그 부드러운 웅장함을 따라 눈알을 굴리니 뜬금없이 거대한 성당이 등장했다. 보기만 해도 '더 크게' 그리고 '더 높이'를 힘껏 외치는 현대 건물들의 칙칙함 속에서 그곳은 검은 구석 하나 없이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St. Patrick's Cathedral ©️2024. near1ybroke.

이름하야 세인트 패트릭 성당(St. Patrick's Cathedral)은 '혼자서 19세기부터 100년이 넘도록 이 뉴욕에 가톨릭이라는 신앙을 존재시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과언이 아닐 정도의 모습이다. 목적도 도착지도 없는 명품들의 욕망에 이끌려다니다 보게 된 이 경건한 빛은 반전영화의 마지막 15분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같았다. 가톨릭에 동양의 불교처럼 물욕을 배제하는 자기 수련과 해탈의 개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만 내가 느꼈던, 이 부자거리의 지하철 출구만 내려가도 빈번히 보이는 노숙자들과 명품 소비자들의 빈부격차가 한 층(floor) 개념으로 극명히 대비되는 점이 염세적으로 다가와 어딘가모르게 암울했는데 그렇게 걷다 발견한 성당이 한순간에 모든 걸 되돌려놓았다. 이 소란한 뉴욕 한복판에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한국 산골의 절을 만났다.


 YORKERS, we keep your 843-acre backyard clean and green thanks to your support! 이곳에서 나를 처음으로 맞이한 안내문이다. '구글맵으로 큼지막하게 랜드마크라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찾아볼 때도 센트럴 파크보단 북미 드라마 프렌즈의 명소 커피숍인 [센트럴 퍼크(Central Perk)]을 찾아보던 나였다. 그만큼 이 무지막지하게 큰 공원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왜 향했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며칠 혹은 수개월 정도 체류하는 여행객라면 갈 수밖에 없는 공원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어느 하나 낮지 않은 빌딩들의 멋진 그리고 카리스마 있는 그림자들에 먹혀 걷다 보면 금세 몸이 으슬으슬해지는 이 동네에서 자연친화적인 공간은 옵션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된다.

Central Park ©️2024. near1ybroke.
The Park ©️2024. near1ybroke.

웹(Web) 상의 지도로도 느껴지는 대지를 직접 보니 정말 크-다. 가끔 미국의 정 없는 해고방식을 유튜브로 간접 경험해 보니(한국에 태어나 다행이다:I LOVE KOREA) 이 능력자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전투 견뎌내는 직장인이자 전사들에게 센트럴 파크는 발할라(vahalla)이다. 잔디에 드러누워 평온함을 만끽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내리쬐는 따듯한 햇빛을 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그 높던 빌딩들이 안 보인다. 화려함과 공존하는 삭막함에 답답해져 있던 가슴이 막고 있던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했다. 그것이 이 공원의 존재하는 핵심이며 부촌인 어퍼 이스트(Upper East.)가 붙어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연 보존 또는 공존하려는 노력들은 가까운 미래에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하는데 아니, 멀쩡하게 기능하는 건물들을 철거해서라도 인간보다 자연이 번영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망상의 씨앗이 심어졌다.


걷던 버릇은 어디 안 간다. 잠깐 한국으로 말이 새자면 나와 친구들은 2-3km 내외 거리 정돈 거의 걸어가는 성격이다. 버스나 지하철 한 두 정거장 타면 될 것을 도가니가 원망할 그놈의 낭만 타령이었다. 그래서 맨해튼에서도 답답하고 냄새나는 지하철보다 가능한 도보로 낭만 있는 거리를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온종일 발바닥이 불나도록 쏘다니다 Day1의 마지막 일정인 록펠러 센터에 도착해서 초고층 전망대인 탑오브 더락에 오르려고 했을 때 아차 싶었던 게

©️2024. near1ybroke.

‘오 줄이 꽤 기네.. 티켓이 필요한 부분일까!?’


맞다! 티켓 안 받았는데 아직.. 전날 급하게 여행 관광 사이트에서 명소 관람 패키지를 결제했는데 확인 메일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선택한 입장시간이 다가오는데 티켓이 없으니 갑자기 무릎이 아팠다? 아무래도 꽤 긴장하며 다니다가 망연자실함에 확 풀려버린 느낌이랄까. 별 일은 아니다 상담원에게 전화해서 요청하면 되니까ㅎ~ 1분이 흐르고 상황은 역전됐다! 전화 연결이 안 되고 신호음만 가더라고..


설상가상 배터리까지 11%라고?


…..9_9


이거 뭐 됐다 진짜!! 티켓은 뒤로하고 나는 구글맵이 없으면 숙소로 돌아가는 법을 모르는데 말이다. 여기 20대 후반의 한 건장한 사내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 마냥 거리 한복판에서 낑낑거리고 있습니다,라고 당시를 돌이켜보면 전혀 과언이 아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처럼 구글맵을 켜고 길을 외우려고 하면서 그제야 지도의 -st, west —인 세로, 가로를 인지하며 독도법을 적용하려 했지만 지능 한계로 실패. 보조배터리도 없고 충전대가 있는 애플스토어는 멀고 그래서 ‘택시든 지하철을 감으로 타던 하자!’ 는 결정을 내렸다.


가끔 여러 가지의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때가 있는데 그날이 그랬다. 결제했던 입장권 여행사에서 곧바로 전화가 와 탑오브더락 티켓은 해결되었고 8%인 배터리는 숙소에 올 때까지 약 2시간 넘게 안 꺼졌다. 무슨 신인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정말로-

MHTN ©️2024. near1ybroke.
MHTN REAR ©️2024. near1ybroke

씻고 자려니까 밖에서 노숙자들이 또 싸우는 모양인데 이럴 땐 6층이라서 다행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거니까!


걷고 걷고 걷는다-2일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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