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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범 Apr 28. 2024

DAY3 : New York Taste

뉴욕의 환상 그리고 취향.

뉴욕의 취향은 뭘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 도시 사람들이 빠진 맛집과 소주 그리고 위스키, 팝업스토어, 소셜미디어 등 처럼 뉴욕의 취향 또한 궁금했다. 그래서 새로울 것도 없는 뉴요커(new yoker)들이 뭘 선호하고 싫어하면서 결국엔 어떤 목표를 좇아 살아가는지를 '어쩌면 뉴욕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도 있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왔다. 근데.. 어떤 거리를 가야 하지?



일단 뉴욕 영화는 많이 봤다.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스파이더맨 1의 배경이 뉴욕이었고, 봤지만 제목도 기억 못 하는 뉴욕 배경의 수많은 영화들을 봤을 것이다. 그렇게 할리우드가 심어준 이 도시의 환상이란 [킹콩]이 타고 올라간 크-고 낡은 건물들, [어벤저스]가 외계로부터 구해낸 도시,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속 감성으로 젖은 거리 그리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무심한 듯 패셔너블하게 출근하는 사람들 & 경적을 울려대는 택시였다.



거리는 불문하고 틱톡이다.

마치 홍대의 새벽 2시처럼 뉴욕 또한 어느 거리에 특정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나는 여행 초보자였구나'라고 느꼈다. 소위 말하는 인생샷 스폿인, 베슬(Vessel) 앞에서 말이다. 이 크고 빛나는 랜드마크는 영국의 유명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19년에 설계, 계단 위를 걸어 올라가면 도시의 풍경과 허드슨 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3600억짜리 전망대이다.


Vessel ©️2024. near1ybroke.

베슬은 관광객들과 주변 건물 회사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나에게 틱톡 챌린지로 추정되는 영상을 위해 도움을 요청해 왔지만 거절했다ㅎㅎ.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나도 모르는 댓글들이 달리는 건 싫었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한 발짝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면 보이는 가지각색으로 촬영하는 콘텐츠 크리에터들의 모습이 재밌다.


16층의 높이라서 오늘 일정을 위해 아침부터 너무 진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현재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낮은 난간과 최소화된 안전장치 때문일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잇단 투신자살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건물이 꽤 우울하고 외로워 보인다.



이 도시의 재개발 취향은 확실하다,

보존과 공존.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강을 따라 과거 버려진 상업용 철도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길이 하이 라인 파크(High Line Park)다! 이 도시가 자연을 지키려 발버둥 치는 일관성이 뚜렷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천천히 걷게 되는데.. 내 눈에는 신(新) 그리고 구(久) 건물들을 햇살에 비쳐 예쁘게 빛나는 꽃과 나무들이 조화로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High Line Park ©️2024. near1ybroke.
©️2024. near1ybroke.

모두 하나 같았다. 하이 라인 파크를 걷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얼굴들 말이다. 불어, 독일어, 중국어까지 서로 다른 언어가 귀에 들려왔지만 왜인지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같은 곳을 향하는 그들의 손가락과 옅은 미소가 이내 밝은 웃음으로 번지는 표정들이 알려줬다. 오죽하면 혼자인 나도 연신 [와, 좋다, 예쁘다]를 남발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무심코 난간 아래로 보았던 거리들은 내가 어제 걸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이렇게 파랗고 칙칙했었나?' 싶었을 정도로 지금 서있던 거리와는 대비감이 있었다.


그렇게 힘든지도 모르고 한참을 걷다 보니 엄청나게 배고팠다. 운 좋게도 길의 끝에는 공장을 리모델링해 '또' 보존한 최신식 시장?! 첼시마켓이 있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배고플 때 가면 지갑 거덜 나는 곳이다.



뉴욕에서 모르긴 몰라도,

음식 취향만큼은 차별 없다.

줄 세워 먹는 우육면과 만원을 넘는 김밥 그리고 지중해 음식까지, 관광객과 로컬을 구분할 순 없어도 많은 사랑을 받는 건 확실해 보이는 푸드마켓인 만큼 뉴욕의 푸드 테이스트는 콕 집어 말하긴 어렵겠다고 느꼈다. 근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CHELSEA MARKET ©️2024. near1ybroke.

어.. 흥미를 돋우지 않습니까 뉴욕에 줄 서서 먹는 우육면이 있다는 게..? 그래서 길게 늘어뜨린 줄에 대기시간이 가늠도 안되지만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바 테이블에 앉아 먹는 손님들의 그릇을 가만 보니 탱글 하게 두툼한 도삭면이 빠알-간 감칠맛 나는 국물에 푹 적셔진 탓에 매콤한 윤기가 흘렀다. 고기는 질긴다고 한들 그것도 오래 씹는 맛이라고 자진해서 항변할 만큼 수프에 진향 육향을 내뿜어 알싸함을 중화시켜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맥도널드의 스피디 시스템으로 고안된 주방인지 금방 내 차례가 왔다!!


응 마라탕.


ㅎㅎ 별 특별한 맛은 못 느꼈던 내 입이다. 절-대 맛이 없는 건 아니고 오히려 한식을 좋아하는 나로서 도무지 기댈 대 없던 미국 음식들에 고전하고 있을 때 나타난 아이언맨~의 친구 워머신쯤 되었다. 한식이 값비싼 고급 식당인 뉴욕에서 햄버거의 느끼함을 싹 내려줄 매콤함이 필요할 때 치폴레(chipotle)* 주문은 너무 어렵다면  강력 추천하는 식당.  

*멕시칸 그릴 푸드 프랜차이즈


뉴요커의 패션 취향,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어디에?

이른 아침 뉴욕의 출근 풍경을 유심히 쳐다봤다. 뉴요커 패션이라는 단어가 뭘 뜻하는지 궁금해서 출근룩들의 공통분모를 찾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뉴요커 패션의 사전적 정의는 outfit*, appearance* 등 보다 더 큰 범주인 attitude*에 뜻을 두지 않았나 싶다. 한국의 출근길처럼 눈에 띄는 하입(hyped)한 룩이나 브랜드들은 확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뭐 꾸안꾸를 넘어선 꾸뭘꾸(꾸미긴 뭘 꾸며) 느낌의 아주 편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볼캡, 백팩, 후디가 거리를 가득 채운 풍경이었다. 혹 '개발자들만 출근하는 시간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ㅎ 지나간 밤들의 식당 안 사람들은 멋지게 차려입었던 걸 보니 오히려 다른 의미로 TPO가 확실한 라이프스타일인 것 같아 보인다. 내가 안나 윈투어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환상을 가졌던 것은 아니고 사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소재도 패션회사에 국한한 영화인 걸 망각한 나였다.


  그래서 소호(soho)로 향했다. 맨해튼을 대표하는 쇼핑, 패션 관광지로 현재 패션업계에서 가장 위상 높은 주요 스트릿 패션 브랜드들이 즐비한 타운이기에 멋지고 예쁘게 옷을 입는 뉴요커들이 상주한다.

 Soho st ©️2024. near1ybroke.

빌딩들마저 캐릭터 있는 동네을 걸으며, 실내에 호수가 있다는 뉴욕 팔라스(Palace)를 뒤로한 채 공간이 상징적인 뉴욕 슈프림(Supreme)으로!

©️2024. near1ybroke.

리셀러+온몸을 브랜드 제품으로 맞춘 매니악이 공존하는 아이러니, 언뜻 보면 손님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편해 보이는 직원들 그리고 갓 이사한 친구 자취방 같은 VMD까지.


매장에 들어갔을 때 한눈에 직관적으로 들어온 이미지다. 이 상표가 달린 티셔츠를 향한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선망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분위기는 단순히 브랜드로만 슈프림을 애써 이해하려 했던 지난날이 떠올리게 했다.


미국 브랜드이지만서도 주입식 교육으로 다가가야 한다, 슈프림은 그냥 슈프림이다. 공간이 주는 반항적인 아우라에서 짓궂은 키치함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엄청나게 걸었지만  

아직 갈 곳은 많고

아직 3일 차다.


저녁은 DALLAS BBQ 비프립으로

내일을 위한 근육 및 도가니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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