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면서 성장하는 삶

자립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연습하기 때문에 이뤄진다(3)

by 모라



지난 화에서는, 우리는 작은 습관으로 심리적 자립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고 연습해도 우리는 여전히 흔들립니다.

감정이 격해지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반응을 하고, 후회하는 순간들이 찾아오죠.


그럴 때 "나는 왜 이럴까?" "배워도 소용이 없네"라며 자책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우리 모두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다'

너무 뻔한 말로 알고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들에 대해 다시 한번 꼬집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아무리 배워도, 사람이라서 흔들리는 순간


저는 아동복지 현장에서 수년간 일했고, 부모교육도 여러 번 받았고, 직접 진행하기도 했어요.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방법, 아이와 소통하는 기술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나날 속에서, 아무리 많은 지식과 기술을 알고 있어도 감정이 너무 힘들 땐,

도 사람인지라 흔들린 적도 많았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기였고, 대학원도 병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잠은 하루 4시간 남짓, 온몸이 만신창이처럼 느껴졌고, 너무나도 피곤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아침, 우리 아이가 "엄마~! 6시에 꼭 깨워줘"라고 했어요.

저는 피곤했기 때문에 주말에 푹 자고 싶었지만 아이랑 약속을 지키기 위해 3시간도 못 자고 잠에서 일어났죠.

아이를 깨우려고 보니, 아이는 깊이 자고 있었고... 제가 피곤하니까 우리 아이가 잠자는 모습에

감정 이입이 되어서 제 마음대로 판단하게 되었죠.

"이렇게 곤하게 자는데, 조금만 더 재우자"는 제 판단은,

곧 우리 아이의 거센 감정의 폭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6시 30분 아이가 눈을 떴을 때, 그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지금 몇 시야 엄마?" "뭐야 왜 안 깨워줬어!! 왜 약속 안 지켜!" 소리치며 울고,

신경질 내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던 아이의 모습.


예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면,

평소에 저는 아이 스스로 감정을 천천히 조절할 수 있도록 함께 기다려주고, 말해주고, 다독여줬어요.


그런데 그날은 육체적으로도 힘들었고, 한계였어요.

그러다 보니, 겨우 감정을 읽어주는 척은 했지만, 표정과 손짓은 이미 굳어있었고,

아이의 눈엔 그게 "가짜 공감"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결국 아이의 신경질이 커지고, 저 또한 저도 모르게 감정이 폭발해서 논리적으로 아이를 몰아붙이고,

같이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휙 나와버렸죠.

아이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그냥 이불속으로 도망치듯 숨어버리고, 나도 모르겠다 하고

밀린 잠을 자버렸어요.


그 순간, 제가 그토록 추구했던 '감정을 잘 다루는 엄마', '아이와 소통하는 엄마'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심리적 자립? 자기 돌봄?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없어져버렸어요.


정말 우습게도

전문가라 자부했던 저도 그랬습니다.



흔들렸지만, 회복을 선택한 우리


저는 저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감정이 상한 체 지쳐서 잠이 들고, 2시간 후에 조용히 깨어났어요.

그때야, 비로소 저도 컨디션을 되찾고, 아이도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여서 서로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죠.


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모라야 미안해 엄마가 약속을 안 지켜서 속상했지, 그리고 아까는 그렇게 말해서 미안해, 엄마도 너무 피곤해서 감정조절을 못한 거 같아, 지금은 어때 괜찮아?"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아까는 나도 너무 화가 났는데, 엄마가 자버려서 더 속상했어. 지금은 괜찮아졌어"


그 후 우리는, 그 상황에서 서로에게 어떤 표현이 필요했는지,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말해볼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 봤어요.


물론 모든 아이가, 모든 상황이 이렇게 되는 건 아니에요.

어떤 아이들은 화가 나면 며칠씩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죠.

심지어 부모가 먼저 사과해도 "엄마가 나빠!"라며 더 큰 화를 내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복의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즉시 대화가 안 되더라도, 완벽한 화해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회복을 시도하는 그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는 깊은 배움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감정, 관계, 상황에서 많은 실수와 흔들림을 경험해요.

그렇지만 그 순간을 '회복의 기회'로 우리는 바꿔낼 수 있어요.

완벽하지 않았지만, 저처럼 분명 조금 더 성장한 하루가 되었을 거예요


흔들리는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날 우리의 갈등과 회복 과정에서 아이와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더라고요.



아이가 배운 것들:


- 어른도 실수한다 ->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현실적 인식

- 실수해도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 -> 갈등이 끝이 아님을 경험

- 감정을 말로 표현해도 된다. -> "속상했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법

- 사과하는 방법 -> 진심 어린 사과가 어떤 건지 몸으로 체험

- 문제 해결하는 과정 -> 다음엔 어떻게 할지 함께 생각하는 경험



구체적인 배움의 순간들

- 엄마가 사과할 때 -> 어른도 잘못하면 미안하다고 말하는구나

- 감정을 인정할 때 -> 화나는 건 나쁜 게 아니구나, 말해도 되는구나

- 함께 해결책을 찾을 때 -> 문제가 생기면 함께 생각하면 되는구나

- 다시 평온해졌을 때 -> 싸워도 다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구나



완벽하지 않는 모습도 최고의 교육이다.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 앞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히려 부모가 감정을 느끼고, 실수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큰 배움이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를 통해서, 아이는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울 수 있고, 실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모델을 볼 수 있고, 감정을 숨기는 것보다 감정을 건강하게 다른 방법을 경험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생겨도 함께 해결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돼요.

이것이 바로 심리적 자립의 진정한 모습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돼요. 완벽하게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후에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내면의 힘이죠.



흔들림 후 회복하기: 3단계 실천법


그날의 경험을 통해 '흔들림 후 회복하는 방법'을 모라의 감정코칭 기법에 따라 정리해 봤어요.

여러분도 비슷한 상황에서 활용해 보시길 바라요.


1단계: 감정 인정하기

-"나도 사람이니까 이럴 수 있어"

-"완벽하지 않은 게 당연해"

-"지금 내가 힘들었구나" 스스로 인정하기

작은 실천:

-After I 감정이 폭발한 후에, I will "나도 사람이야, 힘들었구나" 한마디 말해주기


2단계: 관계 회복하기

-진심으로 사과하되, 자기 비하는 하지 않기

-아이의 감정도 인정해 주기

-"다음엔 어떻게 할까?" 함께 해결책 찾기

바로 대화가 어려울 때는:

-시간과 공간 주기: "지금은 둘 다 힘드니까,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자"

-간접적 표현하기: 쪽지 남기기("엄마도 속상했어. 사랑해"), 좋아하는 간식 살짝 놓아두기

-작은 신호 기다리기: 아이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린 후 일상 대화부터 시작

작은 실천:

-After I 갈등 상황이 끝난 후에, I will "미안해, 너도 힘들었지?" 관계 회복 시도하기


3단계: 성장 의미 찾기

-이 경험에서 우리가 배운 건 뭘까?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 실패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재프레이밍하기

작은 실천:

-After I 어려운 상황을 겪은 후에, I will "이번에 우리가 배운 건 뭘까?" 의미 찾아보기


나의 흔들림이 아이에게 주는 선물


사람은 누구나 흔들립니다. 지식이 많다고, 경험이 많다고 감정이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자꾸 자책하게 되죠. "나는 왜 이렇게 못 참을까" "나는 왜 전문가인데도 이럴까"

하지만 이제 저는 압니다.

흔들리지 않는 게 목표가 아니라, 흔들린 후에 어떻게 다시 회복할지를 아는 것이 진짜 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실패가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에게 "흔들릴 때 회복할 수 있는 삶, 성장할 수 있는 삶"을 가르쳐준 거예요.


아이가 배우는 것들:

-감정이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실수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관계는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건 바로 "불완전한 순간"들이에요.


완전한 화해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그냥 괜찮아'라고 퉁치고 넘어가도, 서로 어색하게 웃으며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도, 그것도 충분한 회복이에요. 드라마처럼 깊은 대화와 따뜻한 포옹이 없어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장한 거예요.


그리고, 부모도 항상 사과할 마음이 드는 건 아니죠. '내가 뭘 잘못했지?' '아이가 더 잘못했잖아'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 마음도 자연스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이보다는 조금 더 많이 산 어른이니까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 보는 거예요


심리적 자립이란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면서도, 계속해서 성장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에요. 실수했을 때 자책에 빠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 관계가 어려워져도 회복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우리가 키워야 할 내면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 회복의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서로에게 심리적 자립을 가르치는 최고의 교육이 됩니다.


그래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세요

-최근에 감정적으로 흔들렸던 순간이 있나요

-그 후에 어떻게 회복했거나, 회복하고 싶으신가요?

-그 경험에서 어떤 성장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때 나의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어요. 때로는 내가 한 말에 내가 놀라기도 하죠.

하지만 그다음에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해요.


"흔들렸다고 실패한 게 아니야. 그 흔들림 속에서도, 우리는 회복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어."

이런 메시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모라의 정원》 다음 화에서는, 감정처럼 우리를 자주 흔들어 놓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휘둘리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끌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어디 있었는지 놓치게 되죠. 관계에서 끌려다니지 않고, 함께 서는 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우리는 흔들려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