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절에서 한달살이를 하는 딸이 걱정되시는 듯했어. 나는 그게 싫었어. 실제로 자식은 아무 생각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엄마만 엄마라는 이유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괜히 드는 죄책감이 싫었던 건지도 몰라. 자식은 업이라더니 맞는 말이구나 싶었지. 잘 지내는 내 모습을 설명할 길이 없어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말을 했어. "엄마 걱정 마. 나 여기 있어서 행복해." 이 말에 서운하실지 편안해하실지 알 수 없었어. 그렇다고 엄마를 걱정해 당장 산에서 내려올 착한 딸도 아니니 나는 그저 말만 던져 놓고 엄마의 모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 세상 모든 엄마는 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길 원할 테니까.
어릴 적 나는 부끄럼이 많아서 엄마 옆에만 있으려고 했대.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면 귀여워서 말도 걸고 노래도 시키고 하잖아. 그때 나를 보여줘야 귀여움도 받고 했을 텐데 어릴 땐 그런 숫기가 전혀 없었어. 그래서 나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엄마 곁이 세상에서 제일 좋았지. 엄마와 나의 관계는 이렇게 출발했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당신이 보호해야 할 어린아이로 생각해. 옛 기억이 있어 그렇지 않을까 싶어. 살기 바빴던 나는 쓸데없어 보이는 엄마의 걱정이 성가실 때가 있었어. 잘나서 혼자 스스로 큰 것처럼 나는 알고 엄마는 모른다고 생각했지.
휴직을 하고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고 말하는 나에게 엄마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씀하셨어. 이럴 땐 또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 되잖아. 그래서 나는 정말로 집 걱정은 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절에 들어갔지. 다행히 나는 절에서 잘 지냈어. 엄마 품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본질이 같더라고. 혼자 있어도 부끄럽지 않고 편안하게 나다울 수 있는 곳이었어. 절 특유의 고요함이 나에게 잘 스며들었던 것 같아. 나는 고요했고 편안했고 그래서 행복했어. 당연히 집 걱정은 하지 않았지. 엄마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절에서 나와 다음 한달살이 할 곳으로 가기 전, 부모님 댁에 들렀어. 며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제야 내 한달살이 밑에는 조용한 가족들의 배려가 있었다는 걸 알겠더라. 엄마가 말씀하시는 "걱정은 무슨, 네가 좋아서 하는 건데 잘 지내겠지."라는 말에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보다는 딸이 하고 싶은 걸 더 할 수 있도록 봐주는 부모의 사랑이 들어 있는 것도 보이고 말이야. 혼자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을 하나도 모르는 건 엄마가 아니라 나였어. 별것 안 먹었는데도 집밥 먹고 통통해진 내 모습이 그 증거였고.
엄마는 다음 가는 곳이 절이 아니라서 좋다고 하셨어. 지켜야 할 틀 없이 내가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지난달만큼 걱정이 되진 않는다고 하셨지. 절이 더 안전한 곳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부처님이 계신 곳이라 딸이 편하게 지내는 건 아닌 듯하신가 봐. 현실은 달랐지만 아무렴 어때. 엄마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됐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철없는 나는 두 번째 한달살이를 시작하며 또 집 생각은 접고 새로운 곳에서 세상 구경 실컷 하려고 마음먹었어. 걱정 하나도 안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갈 곳을 안 갈 착한 딸도 아니니 괜한 말 덧붙이지 않고 그냥 모른 척 다녀오려고.
지금 나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에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어. 세상을 돌아다니며 남에게 표현하지 않았던 숨은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건지도 몰라. 이러다 보면 없던 숫기도 생기지 않을까. 한달살이를 하다 보면, 가만히 있어도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엄마처럼 내가 나에게 말을 할 때가 있어. 엄마 곁에 있던 내 아지트를 이제 직접 짓는 중이라 생각해. 보고 배운 게 있으니 어떻게든 지어지겠지. 이번 한달살이도 낯선 곳에서 오롯이 혼자 지내야 해. 틀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절에서 지낼 때와는 또 다른 시간이 될 거야. 잘하려 말고 그냥 다녀오자. 집 밖은 안과는 다를 테니 엄마 품에서 편안하게 있고 싶은 마음은 집에 두고.
대문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