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의 중반에 다다랐다. 좀처럼 꽃이 피지 못하고 잎이 돋아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따뜻해진 날씨에 순식간에 사방에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활짝 피었던 꽃들의 사이사이로 이제 연한 초록빛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막 돋아난 잎의 연한 파스텔빛 연둣빛이 참 좋다. 이제 또 금세 잎의 색이 짙어지고 여름이 다가올 것이다.
지난 3월에 동생과 나는 우리들에게 있어 나름의 큰 사건을 치렀는데, 동생이 그린 캐릭터로 만든 문구를 선보이는 행사에 나간 것이었다. 직장을 그만둔 동생이 3개월여간 어설픈 솜씨로나마 열심히 준비를 했다. 동생이 그간 마음에 담아두었던 캐릭터를 형상화해서 그려본 것이었는데, 그림을 배워본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여서 어설픔은 감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결과가 좋지 않으리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걱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지 않기가 힘들었기에, 기대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금방 포기하고 말던 동생이 행사준비와 참가를 완주한 것이 나는 참 대견했다. 제품이 얼마나 판매되었는가와는 별개로 동생의 도우미로 나섰던 행사에서 함께한 경험은 기억에 남았다. 열심히 캐릭터를 홍보하던 동생의 모습, 캐릭터가 귀엽다며 격려해주시던 분들, 행사에서 만난 다른 문구 작가분들의 따뜻한 격려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항상 결과가 좋지 못하면 모든 과정들이 덧없는 것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지 못한 결과를 예상해서 도전하지 못하거나 쉽사리 포기해버리곤 했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기대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동생의 일련의 도전을 지켜보고 함께하면서 실패라는 것은 결국 어떤 것일까 생각했다. 매출에 있어서는 완전한 실패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이 모두 무의미해진 것일까. 그리고 실패했으니 이제 그만둬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성취는 어찌보면 보잘것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소중하고 뭉클한 어떤 것이 남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없이 도전하고 기대하고 그럼에도 무수히 실패를 경험하고 실망하겠지만, 그 경험들이 우리에게 남긴 흔적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시 일어날 힘을 주기를 소망한다. 작은 도전과 작은 성취가 모여 우리를 웃게 해주기를, 그 과정에서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바라던 종착지에 비록 다다르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힘차게 나의 희망을 향해 뛰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