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긴 겨울이 끝나고 봄에 접어들었다. 일상은 비슷하게 흐르고 간혹 지루하다고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루한 평화가 깨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불쑥 솟아나곤 한다. 인생은 대체로 재미가 없지만 차라리 재미가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또 무언가 새롭게 도전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주로 나의 취미 찾기 여정은 언제나 흐지부지 끝이 나버리곤 한다. 어릴 때는 만화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랜 시간 재밌게 집중할 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뭘 해도 꾸준히 해내질 못하고 쉽게 질려버린다.
작년에는 팔찌 같은 액세서리 만들기를 도전했었는데 한동안은 꽤 즐겁게 이런저런 재료도 구입하면서 만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도 액세서리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물건들은 선물을 하거나 아니면 고스란히 한 켠에 보관되기 일쑤였다. 그다음에는 그림을 그려 보겠다며 이것저것 구입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물건들은 또 어디로 간 것인지.
나는 손재주가 부족하다. 그런데 자꾸 손재주가 필요한 취미를 가지고 싶어 해서 문제이다. 나도 저렇게 예쁘게 만들고 싶다, 저렇게 잘 그리고 싶다 하면서 도전하는데 결과물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이다. 잘 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강박적인 생각도 쉽사리 취미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인 듯하다. 그냥 나만의 개성이라 생각하며 지속하면 좋을 텐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순간을 좀처럼 견디기 힘들었다. 바쁘게 꼭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건데, 고요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많지 않다. 사실 그런 순간은 자꾸만 회피하고 싶어 진다. 계속해서 소란스러운 무언가로 도망가고 싶었다.
얼마 전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칼럼을 읽었다.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고독에서 달아나지 않고 고독과 친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고독할 수밖에 없는, 혼자서 죽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란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계속 나의 외로움을, 고독함을 외면하고 싶었던 거였구나. 어쩔 수 없이 인간은 홀로 바로 서야 하는 존재이구나.
매일 몇 분씩이라도 가만히 내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편안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 나의 외로움, 쓸쓸함, 우울, 슬픔, 괴로움 같은 외면하고 싶었던 모든 마음들을 그저 가만히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