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약속.
"엄마가 5시에 퇴근하고 올게. 그러면 시은이 태권도학원 하원 하는거 찾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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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약속하고 출발했지만, 월요일 러시아워.... 어디나 같죠.
고속도로 속에 차들은 오늘따라 내 마음 같지 않네요.
이상하다... 딸 이랑 약속했는데.... 오늘 분명히 5시 안에 마칠 것 같았는데...
명절을 앞둔 월요일! 매출은 좋았습니다.
하루 평균 몇 백만원의 매출의 2배 이상.
그래도 성에 안차..명절 시즌 대목 인데... 진짜 말 밖으로 내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
그렇게 내 입과 생각을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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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탄력근무 1시간 사용해서 5시 퇴근해 보겠습니다."
당당히 회사 단톡방에 글을 남기고 씌익 웃어봅니다.
잘했어! 딸과의 약속을 지키겠군!
4시 30분. 어김없이 걸려오는 한 통.
진짜....
받으면 5시 퇴근이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은 어찌 그리 빗겨나가지도 않는지...
누구하나 나를 잡지는 않지만 스스로 못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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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어난 시간 5시 25분.
부랴부랴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데...
정신을 놓은건지 쏟아지는 눈꺼플... 그리고 정말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은 무드.
본부장님이 처음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며 내게 늘 해주셨던
업체에 대한, 상품에 대한 느낌.
나는 그래도 사람을 믿고 싶고 기업을 믿고 싶고
하. 호구는 호구인가 보다. 사람을 너무 잘 믿는 호구.
실망, 내가 믿었던 기대에 대한 저버림에 대한 그 말로 표현 못하는
정말 딥 블루... 오늘은 지금 이 시간까지도 한 끼도 먹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퇴근 후요?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와 이모가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하셨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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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대신 시은이를 픽업.
저는 체크무늬 검은색 잠옷으로 갈아입고.
반 쯤 기능을 상실한 내 귀는 하루 종일 동굴처럼 울려대고..
그런 속에서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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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찌지직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6살 시은이가 냉장고에 있던 치킨 파니니를 가져와
자고 있는 내 옆에서 조용히 먹으려 뜯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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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아이를 자고 있는 엄마 옆에 두고 간 친정 엄마.
배고파서 파니니를 스스로 찾아와 먹고 있는 6살 아이.
뭔가 잘못 된 것 만 같은 느낌에 눈이 확 떠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