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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Dec 26. 2023

앵무새도 스트레칭 잘 해요

앵무새와 함께 살다 보면 사소한 습관도 관찰하게 된다. 조류는 고양이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연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행동 중 자고 나면 꼭 스트레칭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새도 스트레칭한다고? 그렇다. 요가 선생님보다 더 균형 잡힌 자세로 날개와 다리를 쭉쭉 잘도 편다. 언제 어디서든 날 수 있게 항상 스트레칭으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오른쪽 날개와 다리를 스트레칭한 후, 바로 왼쪽 날개와 다리를 스트레칭한다. 같은 방향의 다리와 팔을 함께 뒤로 뻗는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한 발로 균형을 잘 잡고 스트레칭하는 편이지만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스트레칭할 때는 균형을 잃고 기우뚱하기도 한다. 새가 비몽사몽인 모습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웃기다.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한 순간 중 한 부분이다.


인간은 목을 돌려 뒤를 보기 힘들지만, 새 모가지는 잘 돌아간다. 등과 꼬리 부분의 깃털 관리도 해야 하므로 목이 180도 돌아간다. 몸 구석구석 관리하느라 쉴 새 없이 목이 돌아가 있다. 때로는 목이 보이지 않아 놀랄 때도 있다.


새는 누워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졸리지 않는 한 항상 깃털 관리에 정성을 쏟는다. 새 인생 8할이 깃털 관리인 것 같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모두 깃털 관리에 시간을 투자한다. 날아오를 수 있게 항상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안사위 유비무환'의 자세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존재가 앵순이다.


 안전한 집에서 반려동물로 살고 있지만 피식자로 살아야 하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줄행랑 칠 수 있게 평상시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행동이 본능으로 남아있는 모습이다.



오래된 깃털은 자연스럽게 빠져 앵순이의 장난감이 된다. 특히 꽁지깃은 길이가 기 때문에 요리조리 휘두르며 한동안 잘 가지고 논다. 보고만 있어도 힐링된다.


목이 잘 돌아가지만, 사각지대는 있다. 바로 턱 부분과 뒤통수다. 그래서 앵순이는 이 부분을 긁어주면 아주 좋아한다. 발로 긁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받으려면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잘 알아채야 한다. 함께 사는 동물이지만 관심이 필요를 알게 되, 필요가 서로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키우고 도움받으며 살아가는 인간과 새의 행복한 동거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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