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을 파는 곳:
컨트리 킵세이크스
대서양 한 바퀴_대서양 로드트립 09
때로는 목적지 없는 여행이 아름답다
: 작은 기쁨을 파는, 컨트리 킵세이크스(Country Keepsakes)
“It’s not the destination, it’s the journey.”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여행이 끝난 것이 아니다. 여행은 과정이다.”
-Ralph Waldo Emerson
과정이 목적을 더 아름답게 한다. 자연과 인간 정신의 교감을 노래하며, 시적 사유와 철학을 결합한 미국의 대표적 문학자이며 크리스천인 에머슨이 여행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그러니까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길을 여행하는 순간과 과정이다. 크리스천에게는 천국에 도착하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 땅에서 천국을 경험하면서 천국을 향해 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에 오차 없이 여행을 진행해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계획하지 않은 즐거움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의 하나다. |
우리에게 잊지 못할 만남도 우연히 찾아왔다. 아카디아를 떠나 숙소를 향해 자동차를 타고 가는 3번 국도상에서 '컨트리 킵세이크스'라는 작은 기념품 가게를 만났다. 작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미국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북 대서양 뉴잉글랜드 자연의 상징과 대중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옅은 안갯속 가게 앞의 잔디마당은 작은 축제가 벌어진 듯했다. 퍼핀 (puffin, 북대서양 붉은 주둥이의 작은 바닷새), 캐나디안 구스, 무스 (moose, 북미 말사슴) 모양의 나무 조각들 사이로 도널드 덕, 트위티, 구피 같은 만화 캐릭터들이 섞여 함께 놀고 있다. 한쪽에는 빨간 목도리를 두른 검은 개 실루엣들이 무리 지어 가게를 지키고 있고, 다채로운 등대의 모습도 보인다. 하긴 메인주에선 등대가 빠지면 안 된다.
| 뉴 잉글랜드가 준 선물
북 대서양 뉴잉글랜드 지역 (Maine, New Hampshire, Vermont, Rhode Island, Connecticut 주)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기질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뉴잉글랜드는 해안선이 길고 바다가 깊숙이 들어온 곳이 많아 일찍부터 어업과 해운업이 발달했다. 내륙에는 바위와 산지가 많고 겨울은 길고 기후도 변화무쌍하다. 1620년 무렵 이곳에 정착한 영국의 청교도 (Puritan)들은 신앙적 엄격함과 공동체 정신을 중시했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 때문에 뉴잉글랜드 사람들은 실용적이면서도 교육과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갖는 집단으로 성장했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미국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도 확연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을 본거지로 하는 프로 야구팀 보스턴 레드 삭스 (Boston Red Sox)는 돈 많고 정치적 영향력이 큰 뉴욕을 본거지로 하는 야구팀 뉴욕 양키즈 (New York Yankees)에 절대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일 뛰어나다는 대학 (Harvard, MIT, Yale 등)들도 뉴 잉글랜드에 자리하고 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서 아쉽게도 가게는 닫혀 있어서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메이플 시럽 등 뉴잉글랜드의 맛과 향이 있는 상품들로 가득할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런 가게에 끌리는 것일까. 여행의 심리 속에는 이야기를 수집하려는 본능이 있다. 기념품은 그 이야기를 붙잡아 두는 자석과 같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장소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이고 정겨운 분위기다.
여행은 단순한 거리의 이동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인연과 경험들로 채워진다. 이런 우연하고 소박한 만남이 없다면 여행은 삭막해질 것이다. 아카디아 공원의 경치도 아름답지만 우리가 진짜로 받은 선물은 이것이다. 엷게 드리운 안갯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바람개비,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함께 섞여 노는 모습, 다채로운 지역 공예품 등 지나가는 이들을 맞이하는 정겨운 기념품 가게다. 이런 즐거움이 로드트립의 매력을 더해준다.
'기념품'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여러 개 있는데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다.
- Keepsake는 개인적이고 따뜻한 뉘앙스 예를 들어 가족, 사랑, 추억 등을 담고 있는 물건
- Memento는 사건이나 경험을 기억하는 물건으로 문어에 많이 사용한다.
- Souvenir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말로 여행 기념품을 말하고 상업적 느낌이 강하다.
- Token은 감정이나 마음을 상징하는 표시라는 뜻이 강하다.
길을 따라가다가 잔디마당에 전시된 상품을 보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시물을 발견하고도 그냥 지나치는 자동차들이 이해가 안 된다.
퍼핀 (puffin)과 오리가 즐겁게 날고 있다.
열심히 만들고 있는 목공 아저씨 모습
붉은 머플러를 맨 검은 개들이 가게를 지키며 뛰놀고 있다.
무스 (moose) 가족이 함께 모여 놀고 있다.
어린이들도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메인 주에서는 등대가 빠지면 안 된다.
홀로 바다를 지키는 든든한 등대의 모습
다채로운 등대의 모습, 사람들은 등대를 좋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