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욕망: 그래도 멋진 바다,
뉴포트 클리프 워크

미국 한 바퀴_ 대서양 로드 트립 10

by 앤드류


뉴포트 클리프 워크 (Newport Cliff Walk, RI)

: 작지만 아름다운 로드 아일랜드(State of Rhode Island)의 바닷길


메인주를 떠나 로드 아일랜드(State of Rhode Island, RI)로 접어들었다. 로드 아일랜드는 미국에서 크기로는 가장 가장 작은 주다 (약 2,600㎢). 그러나 정식 이름은 가장 길어서 'State of Rhode Island and Providence Plantations (로드아일랜드 및 프로비던스 플랜테이션즈 주)'였다. 이렇게 긴 이름은 Plantation(플랜테이션-대농장)이 '노예 제도'를 연상시킨다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2020년 11월 주민 투표에 의해 'State of Rhode Island (로드 아일랜드 주)'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주는 알래스카로 1,700,000 ㎢다. 로드아일앤드는 약 2,600 ㎢ 알래스카의 약 1/600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남한 크기는 약 100,000만 ㎢이다. 미국 중부의 인디애나 주 (State of Indiana 94,000 ㎢)와 크기가 비슷한데, 인디아나 주의 크기는 미국 50개 주중에서 38위에 해당한다. 다음은 미국 주 중 크기가 작은 순서 10개 주다. 뉴잉글랜드에 속한 주가 다섯 개 (Rohde Island, Connecticut, New Hampshire, Vermont, Massachusetts)다.


미국 주 크기가 작은 순위 (㎢)

1 Rhode Island : 2,678

2 Delaware : 5,047

3 Connecticut: 12,542

4 Hawaii : 16,423

5 New Jersey : 19,046

6 New Hampshire: 24,214

7 Vermont : 24,923

8 Massachusetts : 27,337

9 Maryland : 32,131

10 West Virginia : 62,755


| 뉴잉글랜드 최초의 국립 레크리에이션 트레일(National Recreation Trail)


로드 아일랜드는 ‘오션 스테이트’라는 별명처럼 길이가 640km가 넘는 해안선을 자랑한다. 겨울은 눈이 많고 춥지만 여름은 바닷바람 덕분에 지내기 좋은 기후이며 가을은 단풍으로 유명하다. 로드 아일랜드의 해변가 도시 뉴포트 (Newport)는 더운 여름을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가 되었다.


로드 아일랜드에서는 전통적으로 누구든지 자유롭게 해안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큰 저택들이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길은 대중에게 열려 있었다. 뉴포트 앞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면서 걸을 수 있는 클리프 워크는 처음부터 계획된 정부 주도 사업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길이다. 19세기 중반,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바닷바람을 쐬고 절경을 즐기기 위해 절벽을 따라 걸으며 작은 길이 생겨났다. 이후 밴더빌트, 애스터, 모건, 벨몬트 같은 부자 가문들이 바닷가에 여름 별장을 지으면서, 길은 계속 유지 보수되었다. 1975년 뉴잉글랜드 최초의 '국립 레크리에이션 트레일(National Recreation Trail)'로 지정되었다.


| 황금시대의 명암


로드 아일랜드는 1776년 미국에서 가장 먼저 독립을 선언한 주다. 벨더빌트, 애스터 등 부자 가문들은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부터 1900년 초까지 철강·철도·해운·금융·부동산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미국 역사에서는 이 기간을 미국 황금시대(Gilded Age)라고 부른다. 많은 상류층은 뉴포트의 대저택이나 뉴욕의 맨션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는 긴 시간 저임금에 시달렸고, 아동 노동, 이민자 착취, 도시 빈민가(slums) 문제가 심각했다. ‘별장(cottage)’이라 불린 저택들은 사실 궁전 같은 저택이었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모래탑이었다.


‘황금시대’라는 명칭은 1873년 마크 트웨인과 찰스 더들리 워너의 풍자 소설『도금시대, The Gilded Age』에서 비롯됐다. 책 이름을 ‘황금(Golden)’이 아닌 ‘도금(Gilded)’이라 하여, 겉은 빛나지만 속은 부패한 시대를 비꼬았다. 트웨인은 이렇게 적었다.


“What is the chief end of man? — to get rich. In what way? — dishonestly if we can; honestly if we must.” Mark Twain, 『The Gilded Age』(1873)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 부자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 가능하다면 부정직하게, 어쩔 수 없으면 정직하게.” 마크 트웨인,『도금시대』(1873)


따라서 클리프 워크(Cliff Walk)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약 5.6km 이어진 절벽길 한쪽에는 영원한 바다가, 다른 한쪽에는 인간 욕망의 흔적이 파도와 함께 덧없이 철썩거린다.


| 하늘이 사람에게 맡긴 부유함


미국 부의 역사가 사치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벤더빌트와 애스터 가문이 뉴 포트에 궁전 같은 대 저택을 세우던 시기, 황금시대에 석유로 거금을 번 록펠러 가문은 다른 길을 택했다. 메인 주에서 수천 에이커의 토지를 기부해 아카디아의 험준한 산과 고요한 연못, 바위 해안을 지켰다. 덕분에 대 부호의 저택에 특별한 초대를 받은 소수가 아니라, 많은 시민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물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클리프 워크에 위치한 살브 레지나 대학교(Salve Regina University)는 1934년 자비의 수녀회가 세운 가톨릭 리버럴 아츠 대학 (Cathoric Liveral Arts University)이다. 학교는 직접 부자 가문들과 연결되진 않았지만, 그들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여러 황금시대 저택들이 오늘날 강의실, 기숙사, 사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때 배타적 사치의 상징이었던 공간들이 이제는 교육과 봉사의 공간이 되었다.


뉴포트 클리프 워크는 단순히 아름다운 바닷길 산책로가 아니다. 하늘이 허락한 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클리프 워크 입구
로드아일랜드의 바다는 아름답다.
사람들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었다.
뉴포트 클립 워크 풍경
대 부호들이 지은 멋진 저택들이 저 멀리 보인다.
한 참을 서서 쳐다보게 만드는 바다
통로는 계속 수리하고 관리한다.
인증 사진 남기느라 분주하다.
초록 나무, 바위 돌, 푸른 바다, 저 멀리 해변가 동네가 절경을 이룬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찔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바닷가 절벽을 따라 형성된 산책로 풍경
낚시는 재미있겠지만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한다.
살브 레지나 대학교 입구
부호들의 옛 저택을 대학 건물로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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