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 트립 11
뉴욕 시티 동쪽으로 대서양에 자리한 기다란 섬, 뉴욕 주 롱 아일랜드다.
롱 아일랜드는 미국 역사의 압축판이다.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에는 알곤퀸 (Algonquin) 계열 북미 대륙 원주민들의 땅이었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와 영국이 각기 서쪽과 동쪽을 나누어 개척하며 농업 기반의 정착지 역할을 했다. 미국 독립전쟁 (1775-1783) 중에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많은 전투의 격전지였다.
롱아일랜드는 19세기에는 철도의 개통과 함께 농업과 굴 양식, 그리고 부유층의 휴양지로 성장했다. 20세기 초에는 ‘황금 해안 (Gold Coast)’이라 불린 북부 해안 (몽토크 Montauk, 햄프턴 Hampton)에 거대한 저택들이 들어서며 미국 상류사회의 상징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뉴욕 도심에 직장을 둔 직장인의 출퇴근용 주택지도 조성되었다.
선큰 메도우 스테이트 파크 (Sunken Meadow State Park, NY)는 롱아일랜드 북쪽 해안, 뉴욕 주 서퍽 카운티 (Suffolk County, NY)에 자리한 해변 공원으로 1920~30년대 뉴욕주 공원 체계 확장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 이곳은 이름처럼 낮게 가라앉은 초원과 습지가 바다와 맞닿아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바다는 잔잔하여 가족 단위의 피크닉과 산책에 제격이다. 길게 뻗은 보드워크와 트레일, 넓은 잔디밭을 갖추고 있다.
롱아일랜드 남쪽, 존스 비치 섬에 자리한 존스 비치 주립공원 (Jones Beach State Park, NY)은 뉴욕에서 가장 사랑받는 해변 휴양지 중 하나로, 약 10킬로미터에 달하는 고운 백사장과 다양한 레저 시설로 유명하다. 뉴욕 도심으로부터 약 50km, JFK 공항에서는 약 30km 거리에 있다. 1929년 개장한 이 공원은 해수욕과 일광욕뿐만 아니라 산책이나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넓은 보드워크, 스포츠 시설, 피크닉 공간, 그리고 여름 콘서트가 열리는 야외 공연장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해변가 가기 전에 있는 ‘the Pencil (연필)’이라 불리는 급수탑은 공원의 중심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188피트 (약 57미터) 높이의 탑은 이태리 베네치아 (Venice)의 산 마르코 대성당 (Basilica di San Marco) 종탑을 본떠 지어진 아르데코 (Art déco) 양식의 건축물로, 공원의 수도 시설로서 실용적인 기능과 존스 비치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원통형으로 높이 솟은 모습은 연필을 닮아, ‘펜슬’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 위대한 개츠비는 왜 롱 아일랜드로 갔을까?
뉴욕시에서 대서양으로 뻗어 나간 요지에 절묘하게 자리한 롱아일랜드는 20세기 초, 미국 최고 부자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과시하는 무대가 되었다. '골드 코스트 (Gold Cost)'라 불리는 북부 해안을 따라 늘어선 저택들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상류층의 욕망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이 배경 속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1925)』를 집필했다. 소설의 무대 ‘웨스트 에그 (West Egg)’와 ‘이스트 에그 (East Egg)’는 실제 롱아일랜드의 그레이트 넥 (Great Neck)과 샌즈 포인트 (Sands Point)를 모델로 했다. 이 두 곳은 위에 언급한 두 바다 공원 (선큰 메도우, 존스)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정도 거리다.
『위대한 개츠비』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는 20세기 소설이다. 신흥 부자 개츠비가 부와 성공을 통해 과거의 사랑을 되찾으려 하는 과정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읽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는 힘이 있다. 1949년, 1974년, 2013년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소설의 강력함과 아름다움은 영화가 따를 수 없다.
소설의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매일 열리는 호화로운 파티는 당시 신흥 부자들의 생활을 그대로 묘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썼다.
“In his blue gardens men and girls came and went like moths among the whisperings and the champagne and the stars.”
"그의 푸른 정원에서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속삭임과 샴페인과 별빛 사이를 나방처럼 드나들었다."
이 위대한 소설은 금주법 시대 (Prohibition, 1920–1933)의 어두운 이면과도 맞닿아 있다. 금지된 술은 오히려 지하 술집과 밀주 거래를 활성화시켰고, 개츠비의 부 역시 이러한 불법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소설 속 이야기 전달자 닉 캐러웨이는 사람들이 개츠비가 “밀주업자였다”거나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는 소문을 말하는 것을 듣는다.
| 법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미국의 금주법 시대(1920–1933)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기이하고 실패한 사회 실험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당시 정치인들은 술을 불법화하면 사람들이 단순히 술을 끊을 것이고 술에 관련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것은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수요는 여전히 강했고, 합법적 유통망이 차단되자 지하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비밀 술집이 도심 곳곳에 생겨났고, 경찰과 정치권은 부패로 얼룩졌다.
무엇보다도 금주법은 조직범죄 집단, 특히 마피아의 탄생을 불러왔다. 이탈리아계와 기타 이민자 집단은 불법 주류 거래를 장악하여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넣었다. 시카고의 알 카포네(Al Capone) 같은 인물은 밀주를 대규모 사업으로 만들어 폭력과 뇌물로 정치권과 사회를 지배했다. 결국 금주법은 현대 미국 마피아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토양이 되었다.
결국 미국을 구하겠다고 주장했던 지도자들은 오히려 무질서, 부패, 그리고 조직범죄를 키웠다. 1933년 21차 수정헌법으로 금주법이 폐지되었을 때, 미국은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법으로 인간의 욕망을 쉽게 지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 (David Hume)이 이미 오래전에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았다.
“Reason is, and ought only to be, the slave of the passions, and can never pretend to any other office than to serve and obey them.” ( A Treatise of Human Nature, 1739)
“이성은 인간의 욕망과 감정의 종속자일뿐, 그들을 섬기고 따르는 것 외에는 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인성론, 1739)
술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즐거움이었다. 그것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곧 인간 본성을 금지하려 한 것이었다. 인간의 욕망을 무시하거나 과소 평가하는 모든 결정이나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원래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절대자에게 대한 의존과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은 오늘날에도 울림을 준다.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그래서 우리는 물결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지만, 끝내는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린다.”
우리는 기억과 망각 사이, 열정과 이성 사이에서 항상 헤맨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면 과거를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합의된 집단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개츠비처럼 언제나 멀어져 가는 초록 불빛을 향해 팔을 뻗는 허무한 존재일 뿐이다.
| 선큰 메도우 스테이트 파크 (Sunken Meadow State Park, NY)
| 존스 비치 주립공원 (Jones Beach State Park, NY)